어젠 딸아이를 크게 혼냈다. 거짓말을 해서다. 시작은 아내가 휴대폰 충전기를 찾으면서였다.
"결아, 혹시 엄마 아이폰 충전기 못 봤니?"
"응, 못 봤어"
그런데 이내 아이가 말을 바꿨다.
"엄마 침대 위에 한 번 찾아봐바, 거기 있을 걸?"
정말 거기 있었다. 아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아이가 대답을 못 했다. 휴대폰 몰래 썼다고 혼날까봐 입을 삭 닫은 듯 보였다.
이윽고 아내는 왜 휴대폰을 사용해놓고선, 그래서 휴대폰 충전기가 어디 있는지 알면서 왜 모른다고 했는지 채근했다. 나도 거짓말은 서로의 신뢰를 깨는 나쁜 언행이라며 반성문을 써오라고 혼을 냈다.
그런데 나는? 정작 나는 얼마나 진실한가, 싶었다. 살아오며 미처 다 말하지 못 해서, 알면 누군가가 다쳐서 끝내 입밖으로 꺼내지 못 한 채 가슴에 묻어둔 텁텁한 비밀이 왜 나에겐 없겠는가.
어쩌면 내가 온전히 진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너 만큼은 아빠 같은 어른으로 자라지 읺길' 하는 마음으로 더 언성을 높였는지 모른다.
내 자신이 부끄럽고 비겁하다.
새벽예배에선 창세기 속 예수님의 족보에 관한 설교가 건조하게 전해졌다. 후대에 예수님이 나실 줄 전혀 몰랐던 저 핏줄. 우리 아이들이 어떤 사람일 줄 알고 내가 그리 혼냈던가.
부모로서 난 잘 하고 있는 걸까?
아이가 정직한 사람으로 자라길,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며 자기 자신도 아낄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누구보다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부모의 교육 방법이 잘못될 경우 아이의 성격과 삶의 태도 역시 왜곡되기 마련일 것이다.
더 살피고 미리 공부해야지, 다시금 마음을 다진다. 존귀한 자녀로 스스로 느낄 정도로 지극히 사랑해야지, 내 마음을 정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