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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Mar 12. 2023

JMS 같은 어처구니 없는 악마를 예방하는 무료 방법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JMS편을 모두 시청했습니다. 제 입장에서 안타까웠던 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세뇌받은 피해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차단됐습니다. 유일한 언로(言路)는 오직 JMS 뿐이었습니다. 북한 같습니다. 괴로웠습니다. 뉴스를 정제해 전달하던 전직 앵커에게 희미하게 남아 있는 효능감이랄까, 뭐 그런 게 바스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피해자들이 그냥 하루에 지상파 3사 중 택1해 한 곳의 뉴스 만이라도 시청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해는 마세요, 피해자의 탓을 돌리는 게 아닙니다. 버러지 만도 못한 예수 참칭론자들의 범죄 행각이 법의 심판을 받고, 이들의 폭력이 근절되는 게 근본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피해 자체를 먼저 막을 수 있으면 예방 차원에서 더할나위 없습니다. 그 백신을 끔찍한 뉴스 보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종하는 건 나름대로 효율적인 예방책이자 보호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예상되는 피해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뉴스 시청은 톱뉴스부터 2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지상파 3사 모두 유튜브 채널로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 클립을 제공하기에 이를 봐도 좋습니다. 지상파 3사가 정파성 등으로 애매하다고 생각하면 YTN이나 연합뉴스의 밤10시 뉴스(보도채널 프라임 타임)만 봐도 그날의 핵심 이슈를 꿰고 세상을 읽는 눈을 기를 수 있습니다.


지상파 뉴스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아무리 '기레기 천지'인 세상이라 하더라도 매체 통틀어 지상파 뉴스 만큼 그날의 핵심을 가장 압축적으로 추려내 무료로 배포하는 정보 소스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건 다 우리가 저마다의 관점으로 '골라서' 읽거나 시청해야 합니다. 식자들은 그게 가능하나 저 같은 범부들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게 각 방송국 메인 뉴스입니다. 어떤 뉴스를 선택할지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입맛에 따라 골라도 무방합니다.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는 것 같으면 그 채널은 버리면 그 뿐입니다.


뉴스는 국민께 드리는 일종의 보고서입니다. '리포트', 이름 그대로죠. 기업가가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현황을 파악해 피해를 줄이고 이익을 지키듯, 국민도 모종의 데이터를 근거로 위험은 피하고 취할 건 취할 수 있습니다. 뉴스를 활용하면 됩니다. 숙련된 저널리스트들이 각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하고 팩트를 중심으로 시청자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발표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게 버거운 필부필부들에게 나름대로 공부하고 훈련된 언론인들이 그날 우리가 꼭 기억해야할 10~15가지 이슈를 무료로 정리해주는 데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왜 어디를 가면 조심해야 하는지, 이걸 먹었다간 어떻게 되는지, 저 사람은 무슨 정책을 추진하고 저 공무원들은 어떻게 역이용 할 수 있을지 보는 사람 나름대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웰메이드 무료 소스가 바로 지상파 메인뉴스입니다.


MBC나 KBS가 첫 고려 대상일 겁니다. 정권따라 논조의 편차가 없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SBS 정도에서 귀에 들어오는 내용만 골라 보면 됩니다. 그 정도만 봐도 세상 돌아가는 형국은 간파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마음이 허하고 영혼이 핍절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이비 종교의 위험성'을 보도했던 과거 뉴스들을 어렴풋이 떠올렸을 때, 최소한의 비판적인 생각을 해봄직 합니다. 사이비 종교의 퇴폐성과 그 구조의 단순함, 즉 교주와 섹스하면 구원받는다는 그 어처구니 없는 종착역은 모든 사이비 종교 공통점 아닌가요? 그런 보도를 비근하게 접할 수 있는 소스가 바로 저녁 종합 뉴스입니다.


뉴스라는 게 진리가 아닙니다. 만병통치약도 아닙니다. 그냥 문과 이과 출신 이것저것 전공자들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취재를 해 정리한 후 그림을 붙이거나 그래프를 삽입해 제작한 짦은 브리핑입니다. 거기엔 여러 주관적 판단이 당연히 들어갑니다. 뉴스는 다분히 주관적입니다. 거기에 쓰인 팩트만 중립적입니다. 중립적인 팩트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건 저널리즘이고, 팩트 자체를 왜곡하면 그건 조작 날조 방송이지요. 여튼 뉴스는 진리도 아니고 객관적인 사실만 늘어놓은 백과사전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뉴스는 객관적이지 않잖아요'라는 볼멘소리를 참 많이 듣는데, 뉴스는 객관적이어야 할 이유가 딱 하나 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더 잘 팔리기 위해서. 방송 인프라가 없던 과거 미국에서 신문은 당기관지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한 정당이나 정치 집단만 두둔하기 보다 반대 정파까지 아우를 때 더 많은 신문이 팔렸습니다. 그러다 점점 '균형을 맞춘다'는 개념과 더불어 기자와 언론사의 현황 분석, 제언 등이 녹아든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이 탄생한 겁니다.


이렇게 뉴스는 태생적으로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객관적이다, 주관적이다 하는 이야기는 본질을 비껴간다고 봅니다. 뉴스를 그저 레퍼런스로 활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보가 곧 힘입니다. 뉴스는 괴물 같은 세상에 맞서기 위한 개인이 집어들 최소한의 무기입니다. 뉴스를 믿거나 의지하려 들지말고 다윗의 물맷돌처럼 그저 이용하면 되는 이유입니다. 한 기업의 대표처럼, 동향 브리핑 보고서가 올라왔으면 몇 가지 체크하고 주의할 것들, 주의하라는 것들 주의해야겠다 생각한 다음 휙 버리면 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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