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련 뉴스가 많다보니 자연히 10년 전 군 복무 시절 기억이 소환된다. 군에 가서 가장 먼저 씁쓸함을 느꼈을 때가 '분류'할 때였다.
훈련소에 간 사병이라면 누구나 끝 없는 '사람 골라내기 작업'을 겪게 된다. 연병장에서, 아직 군인도 아닌 인원들(인원으로 불린다)은 물건 정돈하듯 분류된다.
우선 현역과 공익근무요원을 분류한다. 공익은 현역과 훈련 주 수가 다르다. 현역 중에선 카투사를 따로 분류한다. 왠지 모를 열패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훈련소 입소 전 입소대대에서 실시간 분류 작업이 이뤄진다. 방송으로, 혹은 간부가 찾아와 "네 아버지가 혹시..." 말을 건네면서 스윽 함께 사라지는 식이다.
이런 친구들은 후반기 교육을 마치고 자연스레 코너링이 좋아서 1호차 운전병이 되거나 자대에 가 당번병이나 테니스병, 공관병 같은 보직을 받는다. 우리 때는 다 훈련•작업 빠지는 '꿀 보직'으로 불렸는데, 갑질 간부를 잘못 만나면 낭패를 보기도 한다.
학벌도 분류 기준이다. 훈련소 때나 자대에 가서 수시로 'SKY' 이상 대학, 인 서울 4년제, 그냥 4년제 대학교, 전문대학, 고졸 등으로 분류된다. 학벌이 좋을 수록 간부나 선임병들이 함부로 하지 않았다. 역도 대체로 성립했다.
'이래서 아버지가 그렇게 공부 타령을 하신 건가...' 분류는 곧 구분이고 구분에서 차별이 나온다. 어디 사병뿐인가. 심지어 육군 장교도 육사, 3사관학교, 학사 장교나 학군단 출신이 저마다 대우가 달랐다.
내가 보고 겪은 숱한 군대 부조리가 이 분류 작업에서부터 출발했다고 개인적으로 느꼈다. 뭐 물론 저마다 겪은 경험이나 생각하는 바는 다를 것이다. 그냥 그때, 그렇게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