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국회 처음 가본 썰
국회 뉴스가 많은 요즘 부쩍 10년 전 생각이 자주 난다. 나는 대학생 인턴이었다. 국민일보 케이블 PP인 <쿠키TV>에서 처음으로 언론 실무를 경험했다. 내 인턴 생활은 외근과 내근으로 나뉘는데 외근 시에는 주로 촬영기자 선배들과 현장에 나갔다.
내 역할은 오디오맨이었다. 오디오맨은 촬영기자의 트라이포트(삼각대, 별칭 삼발이)를 들고 다니다가 신호를 받으면 잽싸게 촬영 좋은 위치에 삼각대를 설치한다. 현장에서는 '발을 내린다'고 표현한다. 카메라에 쓰일 현장음(이펙트)이나 누군가의 말(워딩 또는 싱크)를 딸 수 있도록 무선 마이크의 전원과 배터리를 상시 체크한다. 상황 발생시 취재대상 앞에 꿇어 앉아 마이크를 들이민다.
오디오맨으로 선배들 따라 다니며 처음 갔던 곳이 국회였다. 출입증을 받고 본청 안을 돌아다니니 기분이 묘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장소에 들어온 것만 같아 살짝 우쭐한 느낌도 들었다. 뉴스로만 보던 당시 통합민주당, 한나라당 의원들을 실물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최근 당직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뭇매를 맞은 '그 의원'이 당시에도 배지를 달고 있었다. 최고위원회의 자리였나. 거기서 "국민들도 이 모든 걸 보셔야 합니다. 국민도 알권리가 있습니다"라며 비공개 회의 전환을 방해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카메라가 속속 빠지고 나니 이내 지도부에 협조하더라.
본회의장 천장엔 365개의 조명이 달려 있다. 어림수로 세어봤는데 얼추 맞았다. 본청을 떠받치는 기둥은 24개다. 모두 1년 내내 24절기 가리지 말고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 서렸다. 하지만 4월 국회가 본회의 한 번 열지 못하고 끝났다. 민주당은 새 원내대표가 뽑혔다. 바른미래당은 현 원내대표가 사퇴한다. 한국당은 장외투쟁 중이다. 각자 집안 얼른 추스르고 국회를 빨리 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