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2 '자리배치'
군 생활하면서 내가 참 겁 많은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귀신이나 괴물은 안 무서운데 사람이 참 무서웠다. 지금 돌아보면 별 것 아닌데..
자대 배치 받은 첫날이었다. 관물대 배치 때문에 뜨악했다. 우리 생활관에는 중대원 20여명? 한 27~8명 정도가 묵었다. 가물가물한데 암튼 많았다. 가운데 긴 복도가 있고 양 옆에 평상이 펼쳐진 공간이었다.
내가 신병일 때 꼬인 군번이 10명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꼬인 군번은 통상 후임이 드문드문 영입돼 고참 군번들만 드글드글한 기수, 후임 없는 고참 군번 등을 일컫는다. 짬밥 많아도 허드렛일 도맡아야 했기에 피해의식이 상당하다. 병장이 하도 많아서 서열 높은 병장이 호봉 낮은 병장을 두들겨 패는 일이 다반사였다.
노란 견장을 찬 나는 생활관 맨 앞 분대장 자리 바로 옆 관물대를 배정받았다. 신병은 관찰 요망 인물이기에 제도적 리더십인 분대장 옆에서 얌전히 지내라는 그런 지침 정도였다.
내가 그렇게 맨 앞에서 두 번째 자리로 들어갔으니 군번 꼬인 병장과 상병 열댓명이 한 칸씩 관물대 자리를 이동해야 했다. 일과가 끝나고 돌아온 고참들은 저마다 갖은 짜증과 욕설을 읊어대며 자리를 옮겼다.
나중엔 다 친하게 잘 지냈지만 적어도 그땐 나 땜에 다 귀찮게 만든 것 같아 죄스러웠고 그 살벌한 눈빛들 초점이 죄다 내게로 모여 오싹했다. "야, 신병 이 &%#^>$" "내가 너 때문에 &@&&&288" 등등..
자리 배치가 끝나고 내 모든 소지품과 정보가 공개된 후 일병 하나가 날 화장실로 데려가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공포감 조성용 욕설이었는데, 용건은 내게 첫 미션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서열, 군가, 기타 수칙 암기 미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