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 같았던 중학생 시절
동생 부부와 찾은 강화도의 한 카페에서 재밌는 공간을 발견했다. 폐 방직 공장을 리모델링한 카페인데 과거 공장 직원들이 쓰던 화장실을 그림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1평도 안 되는 푸세식(?) 변소는 요즘엔 보기 힘들어 그 자체로 생경한 공간이지만 학창 시절 내게는 징글징글한 장소였다.
내가 다닌 중학교 화장실은 물 내리는 시설이 없었다. 소변은 그냥 소변벽(?)에 해결했다. 변소 한 쪽 벽에 칸막이 없이 마련해놓은..그냥 벽이었다. 큰 일은 바로 저 1평도 안 될 법한 재래식 좌변기에서 치렀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은 몰래 교직원 양변기를 쓰거나 아예 학교에선 일을 보지 않았다. 눈과 코가 아득한 그 공간에선 정신조차 혼미했다.
놀라운 건 학교 '윤리' 선생님이 저 공간에 35명 안팎의 한 반 학생들을 모조리 집어넣어 기합을 줄 때였다. 홍금보란 별명의 이 선생님은 자신이 담임을 맡은 반 학생 간 싸움이 나면 반 애들 전체를 저 혼미한 화장실에 구겨넣었다. 1칸에 전부 다. 흡사 마술쇼처럼 애들이 다 들어갔다.
싸운 두 당사자는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느냐에 따라 소변벽 앞에서 놀라운 형벌을 각기 치러야 했다. 차마 이 얘긴.. 여기에 쓸 내용이 아니어서 누구든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알려줘야 할 것 같다. 힌트는 요플레 숟가락과 그냥 숟가락이다.
박스에 돌 채워 산 오르기 등 요즘이었다면 당장 학대 혐의로 처벌됐을 법한 기상천외한 기합을 홍금보 선생님은 적지 않게 시전하셨다. 그럼에도 학생들 사이에 인기는 많았다. 유머 감각이 있었고 5•18 광주 비디오를 보여주며 중학생이었던 우리에게 다양한 자극을 주셨다.
저 화장실 속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그런 어울리지 않을 법한 재료들이 조화를 부리는 듯한 묘한 해학이 느껴진다. 홍금보 쌤은 잘 지내실까. 그 화장실 같이 썼던 또래들은 무탈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