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별난 추억
고1을 마치고 고2가 되기 전 어느 겨울밤, 유성우가 쏟아졌다. 언론은 '수십년 만의 우주쇼'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나와 친구들은 그날밤 군만두 몇 만 원어치를 잔뜩 사들고 기숙사 옥상에 올랐다. 이미 옥상에는 이불 깔고 누워 하늘을 보는 선배들, 여자친구와 휴대전화로 풋사랑을 속삭이는 무리들이 운집한 상황이었다. 참고로 울 학교는 산 속에 자리 잡은 남고다.
"이 쎼뀌들 안 내려와!?" 아차 싶어 옥상에서 내려다 보니 사감이 눈에 불을 켜고 기숙사 건물로 접근 중이었다. 공부하는 데 방해되므로 유성우 구경하지 말라는 통보가 있었지만 팔팔한 청춘들의 고동치는 호기심을 누가 쉬 잠재울 수 있을까. 형들은 신속하게 철수 준비를 마치고 너구리마냥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어버버 하던 우리 1학년들만 된통 걸렸다.
억울한 마음은 잠시 후 짜증과 환희가 뒤섞인 감정으로 바뀌었다. 사감은 "전부 빤쓰만 입고 현관으로 집합하라!"며 엄포를 놓았다. 추운 겨울 내 또래 30여명은 속옷 한 장 걸치고 운동장을 맨발로 돌았다. 100바퀴 돌았던 것 같다. 사감을 향해 너나 할 것 없이 육두문자를 쏟아내던 찰나 하늘에 유성우가 떨어졌다. "%##@~ 우와 오오!!", "오 저기저기!! 에이 @##&%^*#" 한겨울에도 강건한 산 속 '아디다스 모기'의 공격은 덤이었다.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 사이 밤하늘에 유성우가 떨어졌다. 우주 먼지들이 모인 공간을 지구가 지나가다가 대기권에서 타버리는 녀석들을 땅 위에서 볼 수 있는 별똥별 잔치다. 아침 뉴스에서 나와 호흡을 맞추는 박유라 앵커와 박희원 캐스터가 어제 뉴스 끝난 후 여담을 나누던 중 별똥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말요?" 짐짓 놀랐지만 나도 고등학교 그날 이후로 하늘의 별똥별을 바라본 적이 언제였나 싶었다. 새벽에 일어나 하늘을 뜨문뜨문 바라본다. 오랜만에 별똥별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