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포자 편집장의 고군분투 성장기
지난해 잊지 못할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이웃집과학자>의 네이버 뉴스스탠드 진출이다. <이웃집과학자>는 천문학자인 내 친구와 내가 손잡고 설립한 회사다. 난 편집권•인사권을 가지고 회사의 실무를 책임진다. 대표이사인 친구는 회사를 경영하며 살림과 운영을 도맡았다. 2016년부터 일궈온 이 조그마한 회사가 벌써 만 3년차에 접어들었다.
7만 명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우리의 핵심 유통 창구다. 여느 과학 매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온라인 팬층을 모았다.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에디터들과 자발적으로 참여해 과학 지식을 공유하는 필진들, 콘텐츠를 적극 퍼뜨려주시는 7만 이웃님들 마음 덕분이다. 여기에 지금은 카카오가 손놓아버린 '플러스친구(6만2천 팔로우)', 1boon(창단 맴버), 네이버포스트가 주요 유통 창구다. 아, 뉴스스탠드 진출 이후엔 검색어 유입으로 홈페이지 방문자 또한 늘었다.
문과라도 눈치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과학 콘텐츠 제작이 모토다. '과학, 몰라도 재밌어요'라는 슬로건이 우리의 콘셉트이자 정체성이다. 과학 대중화가 과업이다. 물론 과학매체로서의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해두었다. 특이한 건 오류가 발견되거나 오탈자가 있는 경우 이웃님들이 적극 나서서 보완해준다는 점이다. 사용자와 제작자 사이의 친밀한 관계는 우리 매체 만의 정다운 특장점이다.
학창 시절 '수포자•과포자'였던 내가 과학 매체 편집장이란 사실이 누군가에겐 적잖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모교에서 내 진로 특강을 들은 학생들 피드백이 그랬다. 나보다 과학 잘하는 이공계 직원을 뽑아서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달라'는 과정을 거치면 될 일이다. 그 설명을 바탕으로 제3자에게 최종 전달하는 건 내 몫이다. 2011년부터 아나운서 출신 앵커로 쌓아온 편집 및 최종 게이트키퍼 이력은 이렇게 활용된다.
경제방송에서 앵커 겸 기자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증권투자상담사•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따로 따기도 했지만 경제도 결국 돈 벌고 사람 먹고 사는 이야기다. 전문 분야 말고는 용어가 어려워서 그렇지 가계 운영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고, 또 방송 진행 능력까지 갖출 경우 앵커로 일하는 데 무리가 없다. 학창 시절 배운 지식이 삶의 자양분인 건 맞지만 삶을 규정하는 한계로 치부할 수는 없는 듯 하다.
내 관심은 뉴미디어 시대 속 '먹히는 콘텐츠' 제작이다. NYT '스노우폴' 이후 언론계는 숱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엄지족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금 10대들의 미디어 이용 실태조사(오픈서베이, 2018)를 보면 10대의 60%가 유튜브를 본다. 페북 이용은 23%, TV 시청은 9.6%였다. 향후 20년 안쪽으로 기존 4대 매체 중 텔레비전도 새 국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물론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민주주의가 신선하도록 지켜줘야 할 언론이 어떤 미디어로 국민과 소통해야 할지 고민해볼 점이 많은 대목이다. 사람들이 부담없이 즐기면서도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소비하기 편하게 가공•유통하는 작업은 내 평생의 과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