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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산문

결국, 사랑으로 메워간다

장모님 2주기를 보내며

by 정병진


장모님 2주기에 맞춰 주말 휴일을 보냈다. 어느덧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딸과 부쩍 큰 아들을 데리고 부산 정관에 조성된 장지에 들렀다. 묘비에 새겨진 어머님의 눈빛이 이날따라 유난히 반짝이는 것 같았다.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실 당시 모습을 묘비에 담았는데 기품이 넘치고 당당한 표정이다.


장모님은 아이처럼 웃는 분이셨다. 대학로에서 아내와 함께 처음 뵀던 그날도 그렇게 해맑게 웃으셨다. 국군방송에서 참전용사 취재하는 작은 코너 리포터를 맡았을 때는 여러 조언해주심과 동시에 용기를 북돋워주시면서 허허하하 웃으셨다. 부산MBC에 합격했을 때는 하나님 은혜라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YTN에서 뉴스를 하게 됐을 때도 어머님은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크게 격려하셨다.


그 웃음이 참 좋았다. 장모님이 호탕하게 웃으실 때마다 암 병세가 조금씩이나마 완화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장모님은 아내와 내가 교제하던 2011년 폐암에 걸리셨다. 처음부터 뇌종양으로 전이된 4기였다.

아이 둘 키우는 게 너무 벅차고 어려운 일이지만 어머님 기뻐하시는 모습에 늘 감사하며 힘을 냈던 것 같다. 어머님 안쓰러워 매일 소리 없이 구석에서 눈물 훔치던 아내를 위로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뉴스했다.

딸래미 두 돌쯤.

"엄마 계셨다면 가장 비싸고 좋은 가방 사주셨을텐데..." 어제 결이 책가방 사러 가서 아내가 옅은 한숨처럼 내쉰 말이다. 딸아이 유치원 졸업 앨범 보면서 장모님이 얼마나 크게 웃으셨을까, 초등학교 입학 앞두고 가족 다 같이 여행을 다녀오자 하시진 않았을까. 나도 숱한 상념이 스쳤다.

그래도 대천 엄마가 계셔서 그 멍울진 빈 자리가 많이 쓸쓸하진 않다. 어제 결이 가방은 대천 엄마가 주신 돈으로 샀다. 아이가 마음에 들어하니 아내와 나도 기쁘다. 하늘에 계신 어머님도 마음에 든다며 호탕하게 웃어주실 것만 같다.

대천 울 엄마

"나 어제 꿈에 양찬미 할머니 만났어" 이젠 딸이 꿈 속에서 만난 장모님 이야기를 전해듣는 일상이 익숙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빈 자리는 사랑스런 새싹이 돋아나며 메워져간다. 물론 엄마 잃은 딸, 내 아내의 가슴엔 헛헛함이 가시지 않을 터. 든자리는 티 안 나도 난자리는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 모아 아이들과 나, 다른 가족들이 그 공간을 함께 메워나갈 것이다. 평생을 그렇게 보듬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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