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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산문

최고의 생일

고맙습니다

by 정병진

햇살이 유난히 게을리 흘러간 하루였다. 기온이 아늑했고 바람도 살랑였다. 미국에서 온 에어비엔비 손님들은 밝았고 자주 웃었다.

아내와 효자동 두오모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둘 다 허기졌는지 요리가 나오는 족족 깨끗이 비워냈다.


밥을 먹고 나선 삼청공원을 산책했다. 산에 간 김에 화전을 부칠 요량으로 가위와 바구니를 챙겼다. 여긴 아직 추운지 산에 개나리며 진달래 찾기가 어려웠다. 아쉬운대로 산수유꽃을 따고 감사원 담벼락까지 가서 개나리를 꺾어 왔다.

바쁜 일상이지만 굉장히 고요해 정중동 같았던 생일이 지나간다. 카톡이란 이기 덕에 생일을 알아차린 소중한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을 담아 안부를 전한다.


카톡 선물을 역대 생일 통틀어 가장 많이 받았다. 뭐 하나 딱히 베풀며 산 것도 아닌데 거저 받는 사랑과 도타운 마음에 고마움이 절로 난다. 더 잘 살고 더 많이 나눠야겠다.


햇살이 느리게 저문 밤이다. 그림 한 장으로 아빠 생일 선물을 갈음한 딸이 놀라달라고 조른다. 2호기 아들래미는 깍두기다. 뭔들 못해줄까. 최고의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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