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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May 08. 2019

'저기 죄송한데.. 거기부터 잘하세요'

현장의 너절함도 국민의 알권리다

이분들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보도에 어느 정도 관여해보고 타사 보도를 평가하시는지 의문이다.


우선 두 번째 말씀하신 분은 '영상문법적'으로 몸싸움 장면 중계가 신기하면서 비관습적이었다고 말한다. 반면 지상파는 관습적이었으며 현장으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져 보도하고 해설했을 거라는 추측을 덧붙였다. JTBC 중계는 '분석이 빠져서 문제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회 싸움 장면 중계는 전혀 신기한 게 아니다. 국회선진화법 이전에 이런 포맷의 중계는 늘 있었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하더라도 한미FTA 국회 논의 당시 김선동 전 의원이 본회의장에 최루탄 터뜨리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예산 정국 때 본회의장 몸싸움은 연례 행사였다. 강기갑 의원의 공중부양이나 소위 오함마, 빠루가 춤을 추던 장면이 현장 중계됐던 건 과거 수 차례 행해진 보도 포맷이다. 시청자 상당 수에겐 꽤 익숙하면서도 낡은 기억일 것이다. 이런 걸 가지고 본인이 신기하셨다 하여 지상파 전파에 남들도 신기했을 거라는 평을 실어 날리는 건 '예전엔 뉴스 안 보셨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더구나 '분석'은 이미 저 중계 전부터 리포트로 수차례 짚었을 게 뻔하다. YTN도 당연히 현장 중계했고 연합도 했다. 앞뒤로 기자 리포트 붙여서 오늘 왜 싸우는 건지 분석 및 해설 리폿을 넣었다. 이건 기본적인 어젠다 세팅이자 프라이밍(priming)의 ABC다. JTBC 당일 런다운을 안 봐서 모르겠으나 거기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런 맥락은 앞뒤 다 잘라내고 한창 발생 뉴스(발생한 일 자체를 보여주는) 꼭지를 도마 위에 올려놓은 채 가타부타 논하는 건 '실무적 보도 포맷의 종류를 잘 모르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나도 이 클립 하나 놓고 하는 얘기지만 이 클립 하나에 담긴 내용의 절대값 자체가 너무 비전문적이어서 이렇게 코멘트를 단다.

첫 번째 말씀하신 분도 그런 면에서 의구심이 든다. 치고박고 싸우는 모습을 중계하면 안 되는 건가 묻고 싶다. 국민들이 알아야 할 현장 아닌가? 종군 기자처럼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문제인가? 오히려 현장을 안 보여주는 게 문제 아닌가? 발생 뉴스가 눈 앞에 펼쳐지는데 혼자 감상하고 앉아 있으려면 언론이 중계차 끌고 ENG 들고 왜 국회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점잖게 이렇다 저렇다 가르침을 현장 밖에서 시전해야 맞는 건가.


언론은 유권자의 레퍼런스


언론은 최소한 '민주주의의 도구'로 기능해야 한다. 유권자가 자신이 위임한 권력을 수행자들이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 일종의 레퍼런스다. '이거 보시고 다음 선거 때 투표에 참고하세요', '이거 검토하시고 시민단체를 통해서나 여러 언로를 통해 국민의 주권을 행사하세요' 이렇게 돕는 비서 역할 같은 걸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게 본령이다. 나아가 시국이 엄준할 때나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때 역사적으로 보면 투사가 되기도 하는 언론이 존재했다. 물론 그 반대도 성립했다.


지금은 시국이 태평성대는 아니나 언론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역할을 내려놓고 누군가를 계몽하거나 심판자까지 되어야 할 상황인 건지 저 출연진 분들에게 여쭙고 싶다. 현장 중계를 역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와 명성을 관리하려는 '정치 장사꾼'들이 있다며 언론이 거기에 놀아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면 모를까 지금 저 비판은 별 영양가가 없는 블로거의 TV리뷰 포스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 JTBC와 내가 별 상관은 없으나 보도채널이 상시 하고 있는 보도포맷에 대해 신선 장기 두는 듯한 평을 하는 저 분들이 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 건지 의도가 이해되지 않아 글을 남긴다.


내가 언론사 입사 공부하던 10년 전 KBS는 수신료만으로 연간 2천억을 벌었다. 요즘 연합뉴스가 잇따른 보도 사고 이후 300억 정부 지원금이 아깝다며 비판을 받았는데, 그에 비해 수천억대 수신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재난주관방송사가 재난이나 특보 상황에서 국민을 위한 보도를 제대로 책임지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최근 도심 페인트 공장 화재 폭발 사고 때도 블록 특보로 전환해 시청자 전화연결 하면서 광고 미루고 뭐라도 알리려했던 방송은 우리와 연합 뿐이었다. 그 시간 광고주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재난주관방송사 2개 채널 중 광고 없는 채널에서는 모 연예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나가고 있었다. 중간에 잠깐 속보처리를 보도국에서 받아서 한 다음 다시 연예인 진행 프로로 돌렸다. 지진, 산불 등 각종 재난 발생 때마다 이런 패턴은 대동소이하다.


이쯤되면 묻고 싶다. 뉴스를 하는 목적이 뭔가. 저렇게 모여서들 궁극적으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이 뭔가. 국가기간방송 공영성 짙은 1채널에서 타 언론이나 보도포맷에 대해 이래저래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은 누가 부여했는가.


https://youtu.be/LOYbjKFfW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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