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 닿지 않는 그의 진심

by 지라르

1. 연민에서 출발한 자기 성찰


의도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과도한 형벌을 부여하는 법정이 불만이었고,

그로 인해 피해받은 뫼르소가 안타까웠다


그 때문인지

세상에 대한 무관심한 그의 태도가 사랑스러웠다


어떻게 무관심한 태도가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

(역시 잘해주면 사랑받지 못하는 걸까?)


그런데,,,

어떤 의문이 나를 힘들게 했다


"나는 그의 태도가 왜 좋았을까?"

"그런데 뫼르소는 살인을 했지 않나?"


그래서 나는

그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풀어보았다


내가 뫼르소 또는 그와 비슷한 인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유가족이 되었다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


죽음 앞에서 시종일관 무관심하고

책임 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분노 안 할 자신이 없다


최소한 사죄라도 받고 싶은

작은 소망 정도는 품겠지만


그 작은 소망조차

무관심한 뫼르소의 태도를 보면

적막해질 것 같다


결국 나의 마음은 갈 곳을 잃어버릴 텐데

남은 삶은 어떻게 버텨야 하는 걸까


뫼르소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니까,

나랑 아무런 상관없는 인물이니까,

너무 쉽게 연민한 게 아닌지 생각했다.


옳고 그름을 바르게 구분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뫼르소의 마음을 공감하며

정의감에 취해있던 내가

아주 매우 약간 부끄럽다


죽은 아랍인의 유가족에게 다가가

"뫼르소는 억울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라고 말할 수 없다.


그동안 내가 느낀 뫼르소에 대한 옹호는

스스로에 대한 기만처럼 다가왔다.


뫼르소를 통해

나의 위선적인 모습을 보았다.



2. 허무주의와 철학적 미화


이 책의 해석을 찾아보면

허무주의나 실존주의 같은 말이 나온다


왜 이렇게 표현할까?

일상의 언어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할 것 같은 그의 모습이

있어 보이는 철학적 개념으로 포장되어

면죄부를 받은 기분이다


이건 아마 어려운 용어를 잘 모르는

나의 무지가 만든 자격지심일 것이다.


어쨌든 간에

뫼르소를 허무주의자로 생각 안 한다


마리와의 관계나 상사와의 관계에서는

욕망, 이익, 감정에 따라 충분히 반응했다


마리와의 욕정을 받아들여 원하는 데로 행동하고

상사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얻는 불이익을 피하려 했다


그런데도

도덕적 책임이나

사회적 맥락에서는

철저히 무심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잘 모르거나, 책임지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 판단할 때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식으로,

의미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허무주의자’라는 말이

그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감정 없는 행동을 했는지를 흐리게 만드는 게 아닐런지.


3. 진실한 삶이란 무엇인가?


그는 삶을 진실되게 살았을까?

죽음 앞에서 진실되려고 했는가?

매 순간을 진실되게 살아가려고 하는 뫼르소의 노력이 보였나?


라고 한다면 나는 공감하기 어렵다.


내 경험상

위선 없이, 솔직하고 진실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존경과 동경을 느끼는데, 뫼르소에게는 못 느끼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가 진실된 삶을 산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나는 왜 그걸 느끼지 못할까?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단 그의 말을 살펴보니 알 것 같았다.


"결혼하고 안 하고는 중요한 게 아니야. 네가 원한다면 해도 좋고"

"태양이 뜨거워 죽였다"


이렇게 말한다고 진실되게 산다고 할 수 없다.

결혼에 대한 그의 진심이

마리에게 전달되었을까?


진심은커녕 혼란만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리는 그를 좋아했기에

뫼르소의 진실된 태도보다는

그녀의 순수한 사랑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진실된 진심은 세상이 막는다 해도

다가와서 결국 닿는다.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어. 나는 이대로도 좋아."

"그 아랍인과 저는 서로 무기를 든 채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강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뜨거운 태양의 그의 칼날을 비춰 내 두 눈을 찔렀습니다. 그때 나는 긴장이 풀렸고 방어쇠를 당겼습니다."


이렇게 말했다면 나에게는 그의 진심이 닿았을 것 같다.


스스로의 감정를 들여다보려는 태도가 결여된

그의 진실 따위를 진심으로 인정해 준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세상이 될까


기만하지 말라


이제 내겐 그의 진심은 공감을 넘어 용납의 문제가 된 것 같다.


4. 선악의 새로운 시선


그를 냉소적으로 평가하지만

그의 삶이 던지는 질문은

나를 뒤흔드는데 큰 영향을 줬다.


그래서 뫼르소는 싫지만

소설 이방인은 좋다.


특히 악에 대한 시선이 추가되었다.


악이란

의도인가?

결과인가?

책임감의 부재인가?

무감정적인 태도인가?


확실한 것은

뫼르소의 허무와 무책임은

나의 도덕 감각을 시험했다


의도로서만 악을 평가할 수 있다면

세상을 판단하기 정말 쉬울 텐데...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고 미묘하구만


나는 뫼르소를 무책임이 어떻게 도덕을 파괴하는지 알려주는 인간으로 보지만

어떤 사람은 뫼르소를 도덕이 통하지 않는 세계에 놓인 인간으로 볼 것이다


아마 그건 문학을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

더 자세히는 현실과 예술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감당하는지에 대한 태도의 차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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