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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애 Apr 04. 2017

데번셔 크림과 함께한 오후의 홍차

3주간의 영국 여행기(3)



브리스톨 기차역

아침에 일어나 호텔 창밖을 보니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날씨 예보는 이곳 브리스톨의 기온이 최저 11도, 최고 20도란다.
긴팔 셔츠에 가져 온 옷 중에서 가장 두꺼운 방풍 재킷을 꺼내 입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기차역이 참 고풍스럽게 생겼다.

오늘의 여행지는 영국 남부 해안에 있는 작은 도시 토키(Torquay)다. 계획에 있던 목적지는 아니다.

밤에 호텔에서 내일은 어디로 가볼까 여행 책을 뒤적 거리다 발견한
"오후의 홍차는 데번셔 크림과 함께"라는 문구를 보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떠난 곳이다.


데번셔 크림은 영국 데본 지방의 우유로 만든 유명한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이다.

영국의 티룸(Tea Room)이나 카페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메뉴 중에 "크림 티(cream tea)"가 있다.

따뜻한 홍차와 스콘(scone), 딸기잼, 클로티드 크림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벼운 식사로도 가능한 메뉴다.

클로티드 크림의 주 용도는 스콘에 딸기잼과 같이 발라 먹는 것이다.


차창 밖 풍경


 차창 밖 풍경

창밖으로 펼쳐지는 영국의 시골 풍경은 참으로 목가적이다. 구릉과 낮은 산들이 이어지고 목초지엔 소와 양들이 풀을 뜯고있다.
그 풍경을 바라 보다 잠간 졸다 깨니 바다가 보인다.

기차역에서 바다 내음이 나는 쪽으로 천천히 걷다 보니 아주 오래된 느낌의 건물이 보인다.

12세기에 지어진 수도원 "Torre Abbey"다.  

Torre Abbey

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수도원이다.
입장료를 내고 한바퀴 돌아 내려 오니 수도원에 딸린 작은 티룸이있다.


소박한 모습의 티룸
테이블이 너무 작아 주문한 크림티 세트가 다 세팅되지 못해 스콘을 덜어 먹는 접시는 무릎에 놓았다.


메뉴판에는 홍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고 "Tea"라는 단어만 눈에 들어온다. 영어가 너무 짧아서 상세한 주문은 못한다. 주문을 받는 할머니가 스콘의 종류를 묻기에 아내를 쳐다 보니 플레인 뭐라고 하는 것으로 주문한다. 그래도 아내는 영어가 원할하지 못해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된다.
 
홍차가 먼저 나온다.
어제 바스의 "제인오스틴센터 티룸"에서 마신 홍차에 비해 탕색도 짙고 맛도 좀 강하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는 홍차하면 "쓰고 떫다"는 이미지가 각인 되어있다.
늘, 궁금한게 있었다. 홍차를 매일 즐기는 영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마시는 홍차의 맛은 과연 어떨까?

내가 접해 본 많은 홍차들은 쓰고 떫은 맛이 강하고 목이 타는 듯 조여 오는 "수렴성" 강한 차들이 많았다.
 
과연 홍차 매니아인 영국인들이 정말로 수렴성 강한 차를 아무렇지도 않게 마실까?
물론, 강한 맛을 보완하기 위해 "밀크티"나 설탕을 넣어 마시겠지만
아무것도 첨가 되지 않은 홍차의 맛, 영국 현지에서 직접 내어 주는 홍차의 맛이 무척 궁금했다.
 
어제 제인오스틴센터의 티룸에서 마신 다르질링은 "FOP"급의 찻잎을 브로컨 타입으로 만든 것이었다.

맛은 순하고 부드러웠으며 수렴성은 전혀 못느꼈다.
 
오늘 토르 수도원의 티룸에서 마시는 홍차는 수렴성은 없는 데 어제 다르질링 보다는 좀더 진한 맛이다.
2단 트레이에 스콘이 나왔다. 데번셔 크림의 맛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아내가 주문해준 스콘은 별다른 것이 첨가되지 않은 듯 밀가루 본연의 맛이 올라 오고 퍽퍽하다.

크림을 듬뿍 발라 꼭꼭 씹어 먹으니 고소한 감칠맛이 도는게 맛있다.


토키 바닷가 풍경

과일향 살짝 나는 향기로운 홍차 한 모금 마시며 먼 풍경 끝의 바다를 바라 본다.

데번셔 크림과 함께한 오후의 홍차, 그 여유로움이 너무나 좋다.
아주 고풍스러운 수도원의 작은 티룸에서 바다를 보며 홍차를 마셨으니 더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여행지에서 짧게만 느껴지는 하루, 작은 아쉬움들을 남겨 두고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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