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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애 May 21. 2017

The Orangery

3주간의 영국 여행기(6)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는 오후 2 - 5시경에 마시는 홍차다. 영국의 대표적인 차문화로 귀족을 중심으로 발전했기에 아주 화려한 티푸드와 더불어 사용되는 다구도 고급스럽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애프터눈 티"를  어디서 마셔볼까를 제법 고민했다.  런던의 유명한 호텔의 애프터눈 티는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드레스코드와 예약은 기본이니 허름한 여행자 차림의 촌부가 가기엔 부담스럽다.  

런던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셔 볼만한 곳을 찾다가 눈에 들어 온 것이 "The Orangery"다. 드레스코드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면서 가격도 저렴하고 오랜 전통과 역사를 담고있는 티룸이란 매력에 끌려서 찾은 곳이다.
 
빅토리아 여왕이 태어난 곳이자 "다이애나 비"가 생전에 거주했던 켄싱턴 팰리스(Kensington Place)는 현재 윌리엄 왕자가 살고 있는 궁전이다. 이 궁전 옆에 위치한 Orangery는 옛날 앤(Anne) 공주의 화려한 궁중연회 장소로 이용되었고, 지금까지 영국 왕실이 관리하는 300년의 전통을 담고 있는 레스토랑겸 티룸이다.
 
사전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고 들었는데 딸아이의 일정에 밀리고 밀려서 런던을 떠나기 전날, 그것도 오후 늦게 무작정 찾아 갔다. 입구에서 턱수염을 기른 멋진 신사가 예약을 하고 왔는지 묻는다. 아니라고 하니 잠깐 기다리라며 실내로 들어갔다 나오더니 좌석이있다며 안내를 해준다.  



천정이 높아서 답답하지 않고 하얀색으로 꾸며진 실내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뭔가 기품이 있는 느낌이다. 깔

끔한 정장 차림의 직원들은 동작 하나 하나가 세련되고 친절해서 주문을 하는 동안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난다.



애프터눈 티 세트는 차와 커피중에서 선택 할 수있다. 당연히 나는 TEA를 선택한다. 운남과 실론의 조화가 궁금해서 "Royal London Blend"(finest single estate Yunnan and Ceyelon)을 주문하고 티룸을 둘러본다. 늦은 오후의 한때, 향기로운 홍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에게서 여유가 묻어 난다.  



홍차가 먼저 나온다. 화려 한듯하면서도 현란하지 않은 고급 스러운 찻잔이다. 여행 중간 중간 마셔왔던 거리의 카페에서 나오던 스텐리스 티팟과 아무런 색과 문양이 들어있지 않은 흰색의 투박한 찻잔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탕색이 맑다. 탁하거나 어두운 색을 띠는 차보다 맑으면서 깊은 색을 담은 차가 향기롭고 맛있다. 향은 짙지 않다. 약하게 여러가지 과일향이 뒤섞인 듯한 느낌이다. 쓰거나 떫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 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진하게 우러난 차가 약간은 혀와 목을 자극하지만 부드럽고 달달한 티푸드와 어울려서 크림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3단 트레이에 세팅되어 나온 티푸드도 맛있다. 오이가 들어간 샌드위치는 담백하고 클로티드 크림을 발라 먹는 스콘은 퍽퍽하지 않고 끝맛이 고소하다. 푸딩은 내 입맛에 달게 느껴지지만 딸아이는 너무 맛있단다.


여행이 막바지에 이른 날이어서 차를 마시며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들과 기억 에 많이 남는 장소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직원들이 여기 저기 정리하길래 티룸을 둘러 보니 손님들이 거의 다 나갔다. 오후 6시까지가 영업 시간이었지만 시계는 6시 20분을 넘어 서고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티룸을 나와 켄싱턴공원을 걷는다. 곧 저녁이 찾아 올 시간 이지만 이곳의 태양은 아직도 강하다. 그 강렬한 빛을 잔디밭에 앉아서 온몸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파란 하늘과 햇빛이 매일 매일 내려 쬐는게 아니란다. 런던의 날씨는 우중충하고 비내리는 날이 많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회가 올때 마다 그 햇빛을 즐기나 보다.

파란 하늘 흰구름 사이로 비행기 한대가 날아 간다. 순간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온다.  길 떠난 자의 막연한 외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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