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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기버 Apr 19. 2021

엄마 저는 빌라가 싫은 건 아니에요.

아들, 그런데 이젠 엄마가 간절해졌어.

"엄마, 저는 빌라가 싫은 건 아니에요."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온 아들의 진심 어린 말에 당황했다. "응?" "제가 아파트에 살고 싶은 건 여기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저는 여기도 좋아요." 얼마 전, 아들은 브런치에 쓴 내 글을 보았다. 아들이 아파트에 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집 마련기 이야기였다. 5살 때 아들의 말에 자극을 받고 시작했던 내 집 마련기는 아들의 간절한 기도로 첫 발걸음을 내딛었었다.


그런데 입주가 점점 다가오면서 아파트에 입주하고픈 마음은 더욱더 간절해졌다. 하루하루 업데이트되는 공사 현장의 사진들은 거기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증폭시켰다. 주어진 곳에 그저 만족하고 사는 게 다였던 엄마였는데 이제는 아들보다 더 마음이 간절해진 것이다. 그런데 이 간절한 마음과는 반대로 마련되지 않은 중도금과 잔금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나름대로 씨를 뿌리면 거두어질 거라 생각하며 이것저것 공부하고 노력했다. 그런데 내 맘대로 되지는 않더라. 월급 이외에 추가로 돈을 번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재테크 세계는 그리 녹록지 않았다.


아들은 9살 때 이사를 간다고 찰떡같이 믿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아파트로 이사 간다고 했을 때 자신도 어차피 9살이면 아파트에 이사를 간다는 생각에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멀 것만 같았던 9살이 곧 다가오게 되었다. 큰 기대를 가지고 있을 아들에게 넌지시 말하곤 했다. "아들, 우리 기도 많이 해야 돼. 아파트에 갈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런데 아들의 대답은 의외였다. "네 엄마, 그럴게요. 그런데 저는 여기도 좋아요."

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들

'그런데 저는 여기도 좋아요...' 이 말이 왜 그렇게 내 가슴에 박히던지. 엄마의 말투에서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일까. 또래보다 조금 의젓한 아들인 걸까.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하는 걸까.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아들의 말을 듣는데 울컥한 건 왜일까. 미안함에서 일까. 속상해서일까. 글을 쓰는 지금도 왜인지 모를 눈물이 차오른다.


나는 너무 막연한 꿈만 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조금 더 일찍부터 준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오만가지 생각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간다. 지금까지의 길도 너무 놀랍고 감사한데 앞으로의 길을 위해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참 쉽지 않다. 아이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


아이로부터 시작된 아파트로의 꿈은 이제 엄마와 아빠의 간절함이 되었다. 간절함이 이루어지는 그 날이 올 수 있도록 오늘도 발버둥 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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