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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기버 Mar 03. 2021

꽃보다 예쁜 꽃집 이모

인사로 이어지는 동네 인연

매일 아이들과 지나다니는 등원 길. 이전에 옷가게였던 곳이 사라지고 빈자리가 되었다. 아이들과 지나다니면서 "이 곳에는 어떤 가게가 생길까?"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어느 날, 냉장고 하나가 들어왔다. "우와, 엄마 큰 냉장고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안이 훤히 보이는 냉장고였다. "저 냉장고는 무슨 냉장고일까?" 엄마의 질문에 아들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꽃 냉장고 일 것 같아요!"하고 대답했다. 의외의 답변에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자 "지난번 꽃집에 갔을 때 저렇게 크고 투명한 냉장고가 있었어요." 하고 대답하는 아들. 자주는 못 사도 기념할 일이 있을 때마다 꽃을 사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유심히 살폈나 보다.


 날 이후 예쁜 인테리어 소품들이 속속 들어오고 간판이  달렸다. 빙고! 꽃집이었다. 우리는 꽃집이 언제 오픈하나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오픈일이 계속 미뤄졌다. 새해 가족 목표 중에 아들이 엄마 생일에 꽃을 사는 것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때까지 오픈하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드디어 오픈한 꽃가게. 동네 꽃가게지만 여느 꽃가게와 다르게 아기자기하고 러블리한 곳이었다. 꽃을 언제 살 수 있을까 타이밍을  고민하던 아이들과 나는 아들에게 동생 생일에 꽃을 선물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언제든 꽃을 사고 싶었던 아들은 흔쾌히 동의했고 자신의 용돈에서 꽃을 사기로 기특한 결심을 했다.


처음 찾아간 꽃가게. 동생의 생일 축하를 위한 꽃 한 송이를 사려한다고 말씀드리고 딸아이가 원하는 꽃을 골랐다. 예쁜 핑크색 장미. 꽃 한 송이를 사는 아이들에게 이모는 정성스럽게 예쁜 잎들을 추가해서 꽃다발을 만들어주셨다.

동생 생일에 꽃을 선물한 아들♡

이 날 이후부터 아이들은 꽃가게를 지날 때마다 꽃집 이모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하원 할 때마다 꽃집을 들여다보며 유리문 너머 이모와 인사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안녕하세요!"인사하면 꽃집 이모는 환하게 웃으시며 손을 힘껏 흔들어주셨다. 아이들은 이런 이모의 환대에 기분이 좋았는지 더 신이 나서 인사를 했다.


핼러윈을 앞둔 어느 날. 늘 그렇듯 꽃집 이모와 인사하며 지나가려는데 갑자기 이모가 우리를 부르셨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시며 작은 바구니를 가져오셨다. 늘 지나다니며 아이들이 인사해주는 것이 하루에 큰 기쁨이 된다며 고맙다고 하시며 귀여운 핼러윈 꽃바구니를 선물로 주셨다. 아이들은 싱글벙글.  그저 인사했을 뿐인데 이렇게 이쁜 선물을 주신 것에 감사했다.

꽃집 이모가 선물해주신 할로윈 바구니♡

어떻게 이모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까 하다가 마침 빼빼로 데이가 다가왔다. 아이들과 빼빼로를 사면서 꽃집 이모께도 드리면 어떨까 했을 때 아이들은 흔쾌히 좋다고 했다. 유치원에 다녀오는 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이모께 작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한 번은 점점 추워지고 코로나로 언제 왔는지도 모를 성탄절이 다가오는 것을 꽃집을 보면서 느끼고 있을 때였다. 꽃집에는 빨강, 초록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나뭇가지에 귀여운 모자가 쓰인 것을 보고 아이들이 귀여워하며 지나다녔는데 하루는 이모가  강 모자가 있는  다발을 선물로 주셨다. 안 그래도 귀여워했던 아이들이 너무 신나 했었다.

  

꽃집 이모의 크리스마스 선물♡

성탄절을 맞아 우리 주변의 이웃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로 하면서 꽃집 이모께도 아이들이 손수 그림과 편지를 쓰고 직접 만든 쿠키와 함께 선물했다. 꽃을 자주, 많이 살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꽃집 이모와의 좋은 추억에는 이런 날도 있었다. 삼수만에 브런치 작가에 합격한 날! 남편은 퇴근하고 집에 온 후 잠시 슈퍼를 간다며 나갔다. 그런데. 브런치 작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예쁜 꽃다발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닌가.

브런치 작가 합격을 축하하는 꽃다발과 편지♡

작은 일을 축하해준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데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이 꽃집 이모에게 지난번 선물 감사하다고 말했는데 아이들 아빠시냐고 하시더니 아이들이 매일 인사해주는 것이 너무 예뻐서 포스트잇에다가 아이들 이름을 써서 붙여놓고 외우셨다고 한다. 매일 혼자서 작업하는 하루 일과 중에 아이들의 인사가 큰 즐거움과 힘이 된다고 하셨단다. 이런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이모에게 또 한 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의 유치원 졸업식날. 꽃집 이모는 주문한 가격보다 더 예쁘고 풍성한 꽃다발로 챙겨주셨다. 그러시면서 최근 많이 편찮으신 할아버님 이야기를 해주셨다. 하루는 할아버지와 통화하다 아이들을 보고 손을 반갑게 인사하는데 할아버님께서 그 밝은 목소리를 좋아하시며 물으시더란다. 매일 인사하는 동네 아이들이라고 말씀드리니 그 이후로 이 시간만 되면 아이들 지나갔냐고 물어보신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뭉클했다. 우리의 작은 인사가 이모와 할아버님께 좋은 시간, 추억이 될 수 있음에,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마음에 감사했다.

꽃집 이모가 만들어주신 아들의 유치원 졸업 축하 꽃다발♡




이렇게 1년 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이 꽃집 이모와 함께한 추억들이 가득하다. 작은 인사에서 시작했을 뿐인데 말이다. 꽃을 선물하는 사람들의 마음기쁨과 행복을 더해주는 꽃집 이모는 꽃보다 더 예쁜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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