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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수 Mar 06. 2021

버킷리스트

죽음과 관련된 주제 중 빠지지 않는 게 버킷리스트이다. 삶이 끝나기 전 꼭 하고 싶은 것. ‘죽다’라는 뜻의 속어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굳이 목록으로 만들지 않더라도 누구나 생각나는 게 적어도 하나는 있다. 나도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명확히 버킷리스트라 말할 만한 건 세 개다.


첫 번째, 안필드에서 리버풀 경기 보기. 비교적 쉬운 목표이며 실제로 거의 실현될 뻔했다. 5년 전 영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오직 좋아하는 축구팀의 경기를 위하여 11일 영국 일정 중 이틀을 리버풀에 할애했다. 그런데 예매한 경기가 미뤄졌다. 리버풀이 다른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는 바람에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분명 좋은 일이었지만, 다음 해외여행을 기약할 수 없기에 눈물을 속으로 삼켰다.


두 번째, 스카이다이빙 하기.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창문 너머로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오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뒤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이 난다. 그런데도 한계에 도전하는 건 인간의 본능일까. 가장 할 수 없을 경험인데 할 수 있는 것, 바로 하늘을 나는 것이다. 일단 패러글라이딩과 번지점프를 거쳐 엔드게임에 다가가야겠다.


세 번째, 서점 주인 되기. 일회성 목표가 아니라 그야말로 삶의 목표다. 서점은 내 커리어의 종착역일 수밖에 없다. 책과 글쓰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조건이 만만치 않다. 서점과 책이 점차 돈벌이와 멀어지고 있다. 충분히 자산을 모으고 불로소득이 있어야 서점을 꾸릴 수 있지 않을까. 열심히 살아야겠다.


이렇게 삶이 끝나기 전 꼭 하고 싶은 것 세 가지다. 그러면 죽음이 시작되기 전 꼭 하고 싶은 것은? 말장난이지만 말장난이 아니기도 하다. 삶에 방점이 찍힌 버킷리스트가 세 개였고, 죽음에 방점이 찍힌 버킷리스트도 세 개다. 그중 첫 번째는 물론 나의 죽음 기념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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