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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onni side up Apr 18. 2023

Modern Renaissance (3)

La renaissance de l'espace / 공간의 재탄생

3. Mercato Centrale Milano


시장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mercato. 개인적으로 타지에 가면 시장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나라의 식재료는 물론 현지인들의 일상과 문화의 일부를 경험해 보는 듯한 느낌이 참 좋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현대판 르네상스의 여러 사례들 중에 Mercato Centrale Milano를 가장 인상 깊게 다루고 싶은데, 음식과 예술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였다는 점을 그 이유로 두고 싶다.


개인적으로 미식(美食)은 사람들이 가장 직관적으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재다. 맛을 음미한다는 것은 특별한 지식을 동반하지 않아도 누구나 언제든지 즐길 수 있으며, 식재료 및 조리법에 대한 이해를 동반한다면 더욱 깊고 큰 폭으로 음식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해볼 수 있다. 이 Mercato Centrale Milano가 흥미로운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식재료를 사고파는 공간에 국한된 장소가 아니라 지역 요리 장인들이 협동해 기차역을 오가는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음식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이다.

Mecato Centrale tMilano 내부 이미지 1


Mercato Centrale 프로젝트는 레스토랑 사업가인 움베르토 몬타노(Umberto Montano)의 아이디어와 카디니-바누키(Cadini-Vannucchi) 가족의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에 Firenze의 San Lorenzo 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중에게 음식과 문화가 만남이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였다. 실제로 이 공간에 처음 발을 들이면 단순 시장이 아닌 문화 공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새벽 시장에 나가 느낄 수 있는 삶의 온기 또한 한가득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우연은 아닐 것이다.  

Mecato Centrale Milano 내부 이미지 2


그렇다면 이 Mercato Centrale의 장점으로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없이 진행되는 점, 온오프라인 주문 후 집으로 배달까지 가능하다는 점, 알레시오 베르탈로트(Alessio Bertallot) 음악 감독이 큐레이팅한 음악 프로젝트(Radio Mercato Centrale)를 통해 시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라디오로 들을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버려진 기차역의 한 공간에 음식과 예술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기차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음식을 매개체로 다양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 덕분에 기차역은 더 이상 무섭고 위험한 장소가 아니게 되었다.


Mercato Centrale Milano 내부 이미지 3


내가 바라본 Mercato Centrale Milano는 기차역을 오가는 유동인구의 발길을 사로잡는 문화 콘텐츠의 풍부함, 지역의 맛있고 신선한 음식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편리성, 그리고 이 선순환이 창출하는 경제적 이익의 집합소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문화 공간을 바라볼 때 우리가 주목해봐야 하는 것은 시장이라는 외형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음식을 소재로 사람들을 한 데 모아 어우러지게 하는 콘텐츠로 가득 찬 문화공간, 참 보편적이고도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글을 마무리하며

한국에도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Modern Renaissance라고 이 글에서 명명한 사례들과 유사한 시도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전국 곳곳에서 보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이런 기획에 앞서 가장 먼저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어떠한 콘텐츠와 아이디어로 지역 상권, 소비자, 그리고 주최 및 협업업체까지 지속 가능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고속 성장과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한국 사회에서 단시간에 인식의 전환을 기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너무 잘 알지만, 끊임없이 고민해 볼 가치 있는 질문임은 분명하다.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나쁜 질문을 던지면 답을 찾아낸다 해도 그다지 멀리 가지 못하게 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면 끝내 답을 못 찾더라도 답을 찾는 와중에 이미 꽤 멀리까지 가 있게 된다'라고 말했듯, 우리가 시작하는 이러한 고민이 지속성을 가질 때 결국 우리 사회의 문화예술 수준도 고양될 것이라고 믿는다. 자본의 지지를 무시할 수 없는 도도한 문화예술이 어떤 흐름에선 이렇게 친근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점, 이것이 예술이란 존재의 순기능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시민들의 의지로 장인과 선조들의 유산을 가꾸어 나가는 낭만의 도시 파리처럼, 우리 사회에도 새로운 르네상스의 바람이, 아니 낭만의 바람이 불기를 바라본다.



<참고내용>

Mercato Centrale Milano - Via Giovanni Battista Sammartini, 2, 20125 Milano MI, It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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