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논문 투고 후 무려 8개월이 지나 major revision을 받아온 논문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다시 제출했다. 그리고 다시 원래 하던 박사논문을 준비하려고 책상에 앉았다. 하지만 관성의 법칙 때문이는 막 수정한 논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번에 수정하여 제출한 논문을 수정하여 다시 제출하는데 한달, 정확히 5주를 매달려 있었다. 리뷰어가 연구결과 부분의 다시 쓰길 요청했고,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그리고 또 다른 리뷰어는 문헌연구 보강을 요청했고, 이리지러 수정하다고 문맥을 정리하다보니, 연구의 point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서론 부분만 근 일주일을 본 것 같다. 이게 말이되나? 연구문제의 정당화가 되나? 흐름이 막힘이 없나를 매일 보았다. 아침에 가서 보기 시작해서 오후 3~4시 쯤 되면 과도한 두뇌의 사용으로 더 이상 진행이 힘들 것 처럼 느껴졌다. 집에와서 쉬다가 또 다시 생각해보았다.
결국은 처음 생각했던 연구문제에 돌아가 집중해야 했다. 글을 쓰다보면 논점이 흐려질 때가 많다. a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b도 애기하고 싶고 c도 하고싶어 진다. 그러다 보면 처음의 연구문제는 달라져 있다. 하지만 그런 글은 엉성하고 산만해 보일 뿐이다. 글의 모든 구성이 to the point 해야한다.
처음하는 공동작업이었다. 공동저자의 글을 그대로 붙이면 될 지 알았는데, 그러면 전체적인 글의 흐름이 깨진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의 맞추기 위해 다시 또 문장을 고쳐 써본다. 흐름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고, 또 하루가 지난다.
이번에는 리뷰어가 3명이 붙었다. 그 중 두 명의 리뷰어가 세세하게 코멘드를 해서 이에 맞게 글을 수정해야 했다. 감사한 일이다. 거의 고급 개인과외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이글은 평가 될 것이다. 보통 리비전 글쓰기는 리뷰어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한다. 리뷰어를 100% 아니, 200% 만족시켜야지 통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수정한 글을 보며 묻는다. 내가 리뷰어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했는게 맞는가? 리뷰어가 만족할만한가?
글을 수정하다보니 거의 새로운 글이 되었다. 초고가 엉성하게 느껴져, 리뷰어들의 관대한 심사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리뷰어들은 나의 글에게서 어떠한 가능성을 느꼈던 것일까? 연구의 독창성을 높이 평가한 것일까? 사실 투고할 때만 해도 리젝의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었다. 글의 엉성한 부분들을 잘 고치다보니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한다.
이 연구주제는 내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다. 2010년부터 했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심지어는 2013년 석사 첫학기에 에세이로 써내기로 했던 주제이다. 근 10년을 생각해온 주제이기에 더 애착이 간다. 나의 능력이 조금만 더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덤으로 주어진다. 투고한 저널도 내가 너무 애정을 가지고 있는 저널이다. 이 분야에서 저명한 저널이거니와 석사 때부터 즐겨읽던 저널이기에 계속 욕심이 생긴다.
논문은 나의 손을 떠났다. 에디터를 거쳐 리뷰어들에게 재평가 되어서 다시 돌아올 것이다. 5주간 고분투고 하던 것이기에 보내고 나니 계속 마음에 남아있음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와 주길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