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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cial J Jul 10. 2016

#4 레이크 디스트릭, 피터래빗을 만나고 싶다면

오래된 여행의 기억, 잉글랜드 북부지역

떠나기까지

처음 영국에 갔을 때였다. 나는 엄첨난 공부의 압박감에 여행의 여 자를 꿈도 못꿀 때 였다. 반면 그 당시 플랫메이트(같은 하우스에 살지만 방은 따로 씀)는 잠깐의 연휴를 이용해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간다고 했다. 나에게도 가자고 꼬셔 왔지만, 나는 밀린 과제 해야되 이러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코스메이트가 물어왔다.

"다음 주 토요일에 여기서 레이크 디스트릭트 가는 투어버스가 있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


옛날에 플랫메이트의 다녀온 사진을 보면 너무 부러워 했던 나는 당연히 가야지 하며 투어버스를 예약 했다. 그렇게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여행은 시작 되었다.




역시 영국날씨

플랫메이트가 찍어왔던 사진은 파란 하늘과 호수, 초록의 들판이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기대하고 갔다. 하지만 나를 반겨준것은 비와 안개였다. 같이 갔던 친구는 한겨울 옷을 입고 왔었는데, 나도 그랬어야 하나? 했었다. 때는 3월이었다. 역시 영국에서의 예측불가 날씨다.


그곳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다. 심지어 피터래빗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가 살던 집에는 일본인 가이드도 있었다. 같이 여행을 갔던 친구가 일본이었기에 일본인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일본인들한테 피터래빗은 매우 유명해, 사실 일본사람들은 작고 귀여운 모든 것(littel and cute things)에 미치도록 열광하지"


우리는 힐탑으로 가는 페리를 예약하고 그 앞길을 거닐었다. 거위와 오리가 있는 호수근처에서 먹이를 주는 아저씨가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pub에서 피쉬에 칩스를 먹기로 했다. 완벽한 조화가 아닌가? 우리는 pub 두개를 두고 어디를 갈것인지 한참 고민했다. 내가 가고싶었던 곳은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여기가 사람이 많으니 더 맛있을 거야, 그러자 친구는 아니야, 저 사람들은 다 관광객이라고, 우리는 타운 안쪽에서 먹어야 해, 의논 끝에 내가 추천했던 곳에서 피쉬앤 칩스를 먹었다. 맛을 별로였다. 친구의 말이 맞았다. 이들은 모두 관광객이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을 찾아서

영국에는 네셔널 트레져 라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관광지에 가면 네셔널 트레져 재단에서 그 문화,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고 관광지로써 지속가능하도록 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입장료도 비싸지만, 이는 문화재 관리에 쓰인다고 표기되어있다. 만약 네셔널 트래져의 많은 곳을 방문한다면 회원카드를 사면 매우 저렴한 값에 입장할 수도 있다.


미스포터가 살던 집 또한 네셔널 트래져 재단이 관리하는 곳이었다. 미스포터 영화에 보면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무분별하게 개발 되는것을 안타까워 했던 포터는 500만평을 땅을 사들려 네셔널 트레져에 기증한다. 우리가 100년전의 포터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이유다.


포터의 집 내부는 주로 나무로 만들어진 집이었는데, 마치 호빗의 집 내부를 연상시키는 듯한 아날로그적이면서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집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렸던 스케치, 러브레터 들이 전시되 있었다. 마치 여기에서 포터가 다시 살아온다고 해도 너무 자연스러울 만큼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그리고 해설사는 설명을 한다.


미스포터는 우리가 잊어버린 가치들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어요. 예를 들면 빵을 굽는 일 같은거요, 요즈음 아무도 빵을 구워 먹지 않잖아요. 그녀는 여기서 그런 것을 즐기는 생활을 추구했어요


우리는 집을 보고난 뒤, 실제 피터래빗 동화에 나온 자취를 구경하기로 했다. 포터가 동화에서 그렸던 집과, 우체통은 실제 레이크 디스트릭의 집을 배경으로 한것이었다. 이들은 100년의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듯하고 있고 지금 어디선가 베아트릭스 포터가 인사하고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마을이었다.




비오는 날엔 역시 잉글리시 티

걷던 우리는 비와 바람에 못이겨서 펍에 가서 차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그곳에는 친절한 언니가 우리를 맞아준다. 여행은 어땠냐는 인사말과 함께, 이 지역 사람들이 자주 오는 곳인지 다들 서로 아는 사이 인것처럼 인사를 한다. 그곳에는 벽난로에 불을 붙여서 따뜻한 온기와 함께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이런 날씨에는 무조건 영국홍차, 잉글리시 티를 먹어야 한다. 차에 우유를 타마신다는 기괴한 차문화에 대한 문화충격은 잊어버리고, 우유와 설탕을 넣는다. 차를 마시니 몸이 좀 따뜻해지는 것 같다. 왜 우유를 타먹어야 하는지도 알것 같다. 영국과 같은 으슬으슬한 추위에 우유는 차의 따뜻함을 배로 만들어 준다. 한국에서 영국 처럼 차를 타먹어도 영국만큼 맛있지 않은데, 한국의 날씨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영국을 여행하려는 이들에게

영국을 여행하려는 한국사람들이 영국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을 무엇일까? 아마도 빅벤, 뮤지컬, 런던아이, 버킹엄 궁전, 타워브릿지 등 대부분 런던을 상상할 것이다. 한발자국 더 나가면 옥스포드나, 캠임브리지, 브라이튼 과 같은 런던 근교의 남부지역일 것이다.


나는 영국을 여행하려는 이들에게 시간이 있다면(사실 강력한 전제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시간이 없다) 잉글랜드 북부 여행을 강력히 권한다. 자연과 쉼을 누릴 수 있는 레이크 디스트릭트, 역사적 도시인 요크, 차로 유명한 헤로게이트 맨체스터나 버밍엄 같은 지역도 좋다. 이곳을 여행하 본다면 런던이 영국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곳을 여행해 본다면 런던이 영국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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