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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u Kim Feb 16. 2024

스타트업에 다닌다는 것

불확실한 미래를 견디는 일

“작은 IT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어요“라고 하면 종종 “용기 있는 선택을 하셨네요“라는 말을 듣는다. 그만큼 자그마한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은 어떠한 의미를 가진다. 몇가지 내포하는 바가 있겠지만 이 곳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키워드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 아닐까 싶다. 앞길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만들고 싶은 미래를 꿈꾸며 의지할 만한 팀원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가야할 길이 잘 보이지 않을 수록 되려 내 옆의 동료와 더 깊은 유대감을 느끼며 계속해서 매일의 할 일을 해내는 집단.


이렇게 끈끈한 관계 속에서 미래를 향해 즐겁게 달려가고만 싶으나, 늘 그렇듯 현실의 냉혹함도 따라온다. 꿈꾸는 미래를 실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나 대부분 그놈의 리소스가 부족하다. 시간, 돈, 그리고 나의 에너지 부족에 늘 시달린다. 타들어가는 불꽃처럼 촉박하게 사라지는 시간 속에서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계속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결과를 낸 뒤에는 주기적으로 회고를 하며 앞선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앞으로 계속 나아가지 않으면 태생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그렇다.


신기하게도 나는 이 몸부림의 과정에 흥미를 느낀다. 안개와 같은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쥐어짜내는 시간이 재미있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팀원들과 한몸이 되어 움직일 때 흔히들 말하는 도파민이 나오는 것 같다. 엎치락뒤치락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어느새 문제는 처음 맞닥뜨렸을 때만큼 커보이지 않는다. 멀어보이기만 했던 미래를 조금은 내 눈 앞의 현실로 가져다놓은 것만 같다. 이 성취감에 중독되어 어느새 스타트업 4년차로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작은 스타트업은 살아남기가 어려웠으나 앞으로의 현실은 더 차가워질 것 같다. 불황, 혹한기, 칼바람 등 지금의 IT 시장을 설명하는 수식들이 심상찮다. 그저 살아남는 것만을 목표로 하기 위해서도 지금껏 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과를 증명해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은 더욱 숨막히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글로벌 경제의 틈바구니에서 작은 개인인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매일의 일을 해내며 한 발자국씩 걸어갈 수밖에 없다. 남은 상반기는 이 거대해 보이는 미래를 내 손 안의 현재로 바꾸는 데에 익숙해지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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