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크기를 계속 키워나가는 중

좋아하는 일에 미칠 것

by 지수

얼마 전 어느 성공한 사업가의 강연을 우연한 기회로 듣게 됐다.


그 사람이 자신의 꿈을 찾기 이전에는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 스스로가 싫었다고 했다. 그 고백에는 지나온 시간의 무게와, 그 무게를 견디며 버텨온 사람만이 가진 특유의 고요함이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점점 키워나가는 것. 그 단순한 문장이 그의 인생을 설명하는 핵심이었고, 그 말끝에서 나는 꿈이라는 것이 거창한 환상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자신을 키워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 강연장에서 그 사람은 아직도 자기가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이미 이룬 성공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이 하던 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며 아직도 더 큰 꿈을 키워나가는 것을 노래했다.


그 단단한 확신 앞에서 나는 자연스레 나를 뒤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성공이 하고 싶어서 부업을 하고 공부를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표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명함을 내밀어도 창피하지 않을 번듯한 직장을 갖고 싶었고, 괜찮은 남자와 조건을 맞춰 결혼을 하고 싶었고, 서울에 있는 작은 평수의 자가라도 갖고 싶었고, 남들에게 꿀리지 않을 큰 차가 갖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들은 돈이 있다면 가능한 이야기였고,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지금껏 많은 노력을 했다. 그 노력은 때로는 욕망에 대한 충실함이었고, 때로는 나를 지키기 위한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은 돈이나 사회적 성공이 아닌,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고, 그 작은 영역을 서서히 넓혀왔을 뿐이었다. 그 보폭이 쌓여 결국 인생의 형체가 되었다는 사실이 묘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


좋아하는 것을 찾기도 어려운 시대.
모든 도파민이 물들어버린 세상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사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이 다양한 철학적인 질문과 궁금증을 나는 놓치며 살고 있다. 나 또한 당장의 행복을 눈앞에서 놓치기 싫어 지금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누리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먼 미래의 나는 어떻게 살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도, 그 고민 자체도 하고 있지 않았다. 삶의 방향보다는 속도에 더 익숙해진 채 살아온 것이다.


그 강연을 들으며 참 부끄러웠다.


그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치라고 했지만, 지금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았다. 돌이켜보건대 나는 영업 마스터를 꿈꾸지 않았고, 하지만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을 놓치기가 무서워 지금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 오래 걸렸고, 인정하고 나니 묘하게 가벼워졌다.


그러면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오래 머물러 보니 결국 나는 글을 쓴다. 어릴 적 꿈이었던 작가가 되기 위해, 내 어린 시절 치열한 삶의 흔적들을 글자로 남겨본다. 내가 흘린 시간과 감정들이 문장이 되어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경험이 생각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성공한 이들처럼 글쓰기가 너무나도 좋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해 본다.


어쩌면 좋아하는 것은 본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내가 길러내는 것일지도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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