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살, 나는 왜 그렇게 조급했을까

방향을 바꾸지 못했던 내 선택에 대하여

by 지수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와 맞지 않았다. 스물다섯 살에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두 살을 더 먹은 스물일곱에 이르러서는 인정해야 했지만 쉽게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 없었다. 스물일곱의 나는 영업이라는 직무를 벗어나 다른 세계로 향하고 싶었다. 나는 사람들이랑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물건을 브랜드를 포장해. 잘 판매하여 수익을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익숙했지만, 목표달성을 하지 못하는 결과와 그것에 책임을 지어야 하는 부분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못했다.


영업이라는 일은 늘 명확한 성과를 요구했고, 매출이라는 숫자로 나를 평가하는 가장 분명한 기준이 있었다. 그 기준안에서 나는 오래 버텼고, 곧 잘 해내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언제나 잘할 수는 없었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사람들이 요구하는 가치는 매번 달라졌다. 나는 그전과 다르지 않게 노력했고 잘 해냈지만, 언제나 목표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잘하고 있음과 관계없이 이 일이 자신이 없어졌다. 목표 매출을 하지 못해서 혼나고 싶지도 않았다. 이 일이 내 삶에 전체를 설명해 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나를 대신 말해줄 내 청제성이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나는 자신감이 없어졌고, 두려웠다. 이번 달을 잘 해내면 다음 달의 문턱은 더 높았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다시 어느 직종의 신입이 되는 것이 무서웠다. 더 나아가서는 사실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게 있지 않았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순간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이 무의미해질 것 같았고, 나보다 어린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다시 배워야 하는 위치에 서는 일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어떤 일이든 인정받고 있는 지금에서 처음 시작, 출발선에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조금 두려웠다. 그때는 설명해야 할 말은 늘어나고, 증명해야 할 시간은 길어질 것 같았다. 스물일곱이라는 나이는 그런 두려움을 키우기에 충분한 시기였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말과 이제는 늦었다는 말이 동시에 들려오는 나이였다.


그래서 나는 결정을 미루고 또 미뤘다. 도전하지도, 완전히 포기하지도 않은 채 지금 하는 일에 더 몰두하며 머물렀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는 말로 시간을 벌었고,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렇게 멈춰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렀고, 생각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 다른 길을 택한 나를 상상하며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지만, 실패하면 어쩌지 하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지금은 온라인 영업 8년 차 대리로 일하고 있다. 내년에는 과장 진급을 앞두고 있고, 여러 큰 회사를 다니다 이제는 작은 회사에서 기획, 마케팅, 온라인 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배우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도 하다. 그때 수많은 고민들을 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나는 용기가 많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도전하는 것보다는 내 안에서 더 성장하는 것을 택했다. 온라인 영업 한 가지 업무를 하는 것보다는 영업을 하기 위해 동반되는 마케팅이나 기획에 대한 업무를 같이 할 수 있는 팀에 합류했다.


사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 나는 게으르지도 않았고, 의지가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이미 선택한 길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토록 크게 느꼈던 ‘신입‘이라는 딱지도 방향을 바꾼다는 두려움도 지금의 나에게는 결정적인 장애물로 느껴지지 않는다. 불안했을 수도 있고, 돌아가는 길처럼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내 인생을 통틀어 위기를 느낄 만큼은 아니었다. 그때의 나는 모든 것을 크게 확대해석하고, 그 크기 앞에서 멈춰 서며 도망치기 바빴다.


생각해 보면 진짜 별 것이 아니었는데, 도전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제 와서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아쉽더라도 그때로 돌아가면 도전해야지!라는 생각을 굳이 하지는 않는다. 영업과 다른 일을 하지는 못했지만, 기획이나 마케팅, 그리고 나중에라도 사업을 하게 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오히려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 세일즈를 하면서, 시간을 쪼개서라도 다른 일들을 찾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일즈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제일 필요한 ‘돈‘을 버는 기본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창한 목표가 아닌 오래 마음을 품은 글을 쓰며 내 생각을 확장시키고 싶다. 언젠가 이 그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책이 될 수도 있겠다. 결과를 서두르지 않고 누군가의 평가를 기대하지도 않고, 나의 말들로 나를 기록하는 일. 이것이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나는 우주에서 바라본다면 아주 먼지 같은 존재다. 스물일곱 살에 나는 새로 시작하는 것을 매우 무서워했던 나약한 먼지였다. 나의 작은 고민을 우주에서 바라본다면 정말 별개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실패해도 정말 사소한 거고, 늦어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라면, 하고 싶은 일을 이제는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스물일곱 살에 나는 조급했고, 겁이 많았다. 지금의 나는 그 시간을 지나와 비로소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두려움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그런 나의 마음을 먼저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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