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bina Jun 16. 2020

엄마, 드라이브만 하자고요.

작가 딸을 둔 엄마는...

-저건 벚꽃이 아니란다.

-그럼요?

-겹사쿠라야

-그냥 겹으로 된 벚꽃?

-그치, 우리 때는 사쿠라라고 했어., 녹음은 하고 있는 거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고 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가장의 십자가를 지고 있는 막내딸이 돈을 벌지 않고 은둔 생활을 할까, 가장 많이 말린 엄마.


엄마는 나의 첫 책이 나오고, 인터뷰를 할 때, 그랬다.

-네가 잘 돼서 좋다. 나는 네가 이혼하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그만둘 때, 엄마랑 요양원 들어가자고 말하려고 했다.

-내가 몇 살인데 요양원 들어가요?!

아들도 있는 내게, 엄마는 말했다.

-엄마 죽으면, 네 수발을 누가 들어주냐... 집 팔아서 요양원 들어가면 편하게 쉴 수 있잖아.

말의 두서 따위, 옛날 분이니 이해할 수 있다. 미래가 걱정되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가슴에 못으로 박힌 [요양원]은 수족을 못쓰는 나이가 아주 많이 든 사람에게 명명하는 단어인데, 나에게는 그랬다.


엄마와 거리를 두는 것으로 아픈 이야기 나누지 않아 좋았고, 능력치 뽐내며 잘 살고 있는 딸을 늘 측은하게 여기는 엄마의 눈빛을 피할 수 있어 좋았다.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만 보는 엄마는  긴 잔소리 대신, 농축된 문장만 말했다.

-밥은?

-반찬은 있니?

-밤에 남자는 안 들이지?


-아... 엄마.


그리고 말했다.

-두 번째 책에는 엄마 이야기를 써라.

그 이야기가 녹아있는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https://brunch.co.kr/@jisu6677/7


-오늘은 어디로 드라이브 갈 거냐?

-엄마 좋아하는 꽃이 있는 곳~! 그런데 엄마, 오늘은 드라이브만 하면 안 돼요?

-엄마 이야기 아직 안 끝났는데, 왜? 빨리 가야 하냐?

-시간도 없고...


바람이 살살 불어 제법 시원한 날, 장미꽃 만개한 공원 근처에 차를 세웠다.

-막내야, 책 인세 아직 안 들어왔지?

-네.

-이거...

엄마가 내민 5만 원 권 두 장에 반색하며 좋아하니 엄마는 말했다.

-막내야 책에 써라. 반찬도 잘 챙겨주고, 이렇게 용돈도 주는 엄마라고.

-아...


첫 번째 책에 엄마의 이야기가 없다고, 엄마를 나쁜 사람으로 썼다고 서운해했던 엄마는 [두 번째 책]을 바로 출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드라이브할 때마다 말했다.

-녹음하고 있지?


아버지 대신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았던 엄마는 거칠었다. 그 거친 입담 뒤로 숨어있는 따스함을 이제 겨우 알아가는데,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엄마가 따뜻한데,

엄마는 반찬을 주고 용돈을 주면서 말한다.

-녹음하고 있지?

-엄마, 오늘은 드라이브만 하자~


나는 안다.

장애인 딸을 격리하고 울었을, 아버지 대신 일하고 한숨 지었을, 거칠게 말하고 후회했을 그리고 들어만 주어도 좋아할 엄마의 마음을 안다.


-막내야, 엄마는 네가 작가라서 좋다. 녹음하고 있지?


엄마 앞에서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엄마! 오늘은 드라이브만 해요!





작가의 이전글 기아 Ray 어떤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