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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ina Aug 03. 2020

은밀한 이야기 ep 2.

내가 너를 웃게 해 줄 게.

-자... 집을 시각화해보세요

-네

-그리고 그 집을 그려 보세요. 남편은 어디에, 사랑 씨는 어디에 있나요.

-남편은 항상 소파에 누워서 TV를 봐요. 저는 침대에서 휴대폰을 만지락 거려요.

-아이는요...

-게임해요...

-그렇군요.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고 했다.


-가족이 어디에 있어야 행복할까요?

-거실에 다 모였으면... 아니다, 남편이 침대 방으로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내 눈치를 본다.

-잘하고 있어요. 침대가 있는 방을 시각화해보세요. 어떻게 걸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뭐해??

내 눈치를 본다.

-그렇군요. 그다음에는요?

말이 없다.

-대화를 오래 안 하셨군요...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고 했다.

일상적인 가정의 모습이라고 일축하지 말자, 그렇다면 사랑 씨가 나를 찾으러 오지 않았으니.


누구나 꽃 다운 나이가 있고, 누구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시간이 있다.

그때 사랑한다고 믿는 그 또는 그녀와 결혼을 한다. 그때가 바로 [사랑을 하니 눈이 머는 시기] 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지면 눈이 먼다’는 옛말이 사실로 밝혀졌다. 지난 15일 BBC 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있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연구진이 “사랑을 하면 객관적인 사고가 둔화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능력도 줄어든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연구진의 연구 방법이 아주 흥미로운데, 10명의 젊은 어머니들에게 자신의 아기들의 사진을 보게 한 뒤 뇌파 측정을 실시했고 그 결과 뇌에서 비판적인 사고나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능력을 관장하는 부분의 활동이 줄어드는 게 관찰되었다는 것이다. 또 여성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남성의 사진을 봐도 같은 현상이 목격되었다고 한다. 즉 사랑을 하게 되면 무한한 자기만족을 경험하게 되고 결국 민첩한 사고와 비판력을 둔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뿐인가?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라는 말도 어느 정도의 과학적 근거가 있다. 사랑에 빠지면 뇌하수체에서 에스트로겐과 같은 성호르몬이 분비돼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피부가 부드러워진다는 것은 의학계에서도 증명된 내용이다. 또 사랑하는 이와 신체를 접촉하면 질병 면역물질이 마구 쏟아지고 키스를 오래 하면 평균 5년을 더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애인 없는 사람은 서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기분 좋을 때 분비되는 엔도르핀은 식욕을 줄여줘서 자연스레 살도 빠진다. 사랑하면 안 먹어도 배부르단 말이 이래서 나온 것이다. 게다가 솔로일 때보다 더욱 신경 써서 치장을 하니 외모가 나빠진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자, 그렇다면 사랑하는 이들의 눈을 가린 콩깍지의 접착력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사랑을 하게 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각 다른 물질과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상대를 대하는 감정이 열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안정적에서 시들함으로 변해간다고 한다. 미국 코넬대의 신디아 하잔교수팀이 다양한 집단의 남녀 5,000명을 조사한 결과 두근두근 가슴 뛰는 사랑은 불과 1830개월 만에 사라진다고 한다. 남녀가 만난 지 2년을 전후해 대뇌에 항체가 생겨서 사랑과 관계있는 화학물질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사라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들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랑을 이런 과학적 근거자료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엄마가 아가를 바라보는 눈길, 노년의 부부가 서로의 쭈그러진 손을 잡고 산책하는 모습, 남편과 아이의 잠든 모습을 행복에 겨워 바라보는 아내의 얼굴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겨우 2년 만에 가슴을 뛰게 하는 호르몬 분비가 중단된다면 아마 그 이후부터는 몸속 어디에선가 서로를 더욱 소중히 아끼도록 하는 보이지 않는 호르몬이 조용히 분비되고 있을 것이다. 출처 : MSN투데이 from 스포츠 투데이


상담을 하는 사람이고 심리를 아는 사람이니, 조금은 반박해 보겠다.

결혼을 해서 [이제 너는 내 것]이라는 안정감으로 콩깍지가 사라지고 말 수가 줄어들고 서로에게 소홀한 것... 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 씨는 말했다. 결혼을 했으니 두근두근 까지는 바라지는 않지만, 대화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말 수가 줄어들더니, 각각의 공간에서 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혼자 있는 게 편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여기에 왜 왔나요? 바라는 삶이 있지 않을까요?

-대화를 하고 싶어요. 따뜻한 대화요. 결혼 전에 그랬어요 이제부터 [내가 너를 웃게 해 줄게]... 지금은 갈라진 사랑 같아요.


기사의 마지막 문단을 다시 읽어보자.

보이지 않는 호르몬, 숨겨 놓은 호르몬이 있다.

두근두근 대지는 않더라도 서로를 향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호르몬이 다 있다.

-그럼, 남편을 사랑 씨가 머무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오게 오는 작업을 해볼까요?


아빠가 교사인 교육적인 환경에서 잘 자란 사랑 씨는 윤리적이고 모범적인 사람이다. 평상시에는 말도 잘하고 거침없이 일도 잘 해내고, 기분 좋은 상황에서 치아를 드러내며, 아주 환하게 웃는 여자. 그런 그녀가 갑자기 웃다가 갑자기 울 수 있는 연기자처럼 아주 금방 입꼬리가 삐죽 대며 얼굴이 길어지는 우울한 얼굴을 할 때가 있는데... 바로 [Don’t] -하지 마라

격앙된 목소리로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맞냐? 하지 마라.

-나중에 이야기해라.

자기가 하고 있는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고 Don’t!

아버지가 그랬고 남편이 그랬다는 것이다. 당당하고 예쁜 그녀는 위축감이 억울함이 되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으로 번져서 거실 소파에서 부엌으로 그리고 침대에서 휴대폰을 만지며 밤새 [애니팡]을 했다고 한다.

-말해봤나요  내 말을 끝까지 들어달라고, 가끔은 외롭다고... 말해봤나요?

-그냥 익숙해요.  아빠도 엄마랑 대화 없이 잘 살고 있으니요.

-잘 살고 있다고 느끼면, 저를 만나러 오신 이유가... 사랑 씨, 지금 행복해요?

질문이 단도직입적이어서 운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에게는 꽃으로 다가오는 단어가 있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말하면 벌써 몸이 반응하는데, 그녀는 내가 던진 행복해요?라는 단어에 눈물이 터졌다.


원래 그런 성격을 가진 남편이라고 치부해버리고 건조한 가정환경을 지켜보다가 외로워서 미치겠다고 찾아온 그녀는 남편과 한 몸이 되어 있는 소파가 미워서 소파는 청소도 안 한다고 웃었다.

심호흡을 하고, 눈물을 걷어내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나의 답을 기다리는 그녀가 귀여웠다.

애꿎은 소파에 투사를 하는 것이 남편 없는 시간에 그녀가 하는 [Do].  나는 답을 안다.

-사랑 씨 이번 주는 말이죠.

그녀에게 전해 준 미션은 아주 간단했다.

-남편이 누워있는 소파 앞을 지나가면서 Do 하세요. 휴대폰으로 애니팡을 하면서 남편이 보고 있는 시야를 가리기도 하고, 청소기를 돌리면서 남편의 시야를 가려보세요.

-하지 말라고 할 거예요.

-이렇게 말하세요. 웃으면서 [할 건데.]

-떨려요.

-처음엔 다 그래요

-하지 말라고 하면 눈치 보여요.

-그럼 지금처럼 사세요.

변화의 시작은 저항이다. 안 될 거야. 못 한다. 이대로가 좋다. 벗어나는 방법은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사비나

건조하다고 했던 남편이 5회 차 상담에 아내의 부름을 받고 상담하는 자리에 왔다.

-힘든 걸음 하셨어요.


나는 다시 5회의 상담을 잡고 부부 상담을 통해 그와 그녀의 물리적 공간의 거리를 좁혀갔다.

그림 치료와 기법 치료를 통해 웃음을 찾아가는 남편에게 물었다.

-왜, 남편 분은 아내에게 [하지 마라]라고 했을 까요?

-사랑이는 얼굴이 OMR카드예요. 정답이 보이죠

-쉽다는 건가요?

-네. 폭발할 듯 우울해 보일 때만 달래주면 되는..

-영리하신데요. 그래서 남편 분은 행복했나요...?

남편의 건조함과 소파와 한 몸이 되는 물아일체에도 남편의 대물림되는 가정사가 있다. 그도 아픈 가족사가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생겼으니 방법은 아주 쉽다.

매주 안겨주는 미션지를 연습을 하면 된다. 타고난 뿌리는 바뀌지 않더라도 학생이 공부하듯 부부는 매주 미션지를 통해 연습하고 연습했다.

그러다 발견한다.

웃을 때 덧니가 보이는데 그 덧니가 귀엽다는 것이다.

다시 엔도르핀 호르몬이 나온다는 것인데, 그러면 건조한 남편이 던지는 말마다 아내는 웃는다. 별 말 아닌데도 웃는다.

그때 남편은 말한다. [너를 웃게 해 줄게]




사랑 씨는 말했다.

-남편이 연예인 같아요. 너무 웃겨요

-네? 설마요.

-아니에요 진짜 웃겨요.

https://youtu.be/0siBQG4aPWs


이제 그녀는 [애니팡]을 끊었다.

이제 남편은 소파에서 침대가 있는 방에서 잠을 잔다. 살짝 기대한다. 엔딩 장면이 키스신이기를.

게임만 하던 아들은 [엄마 아빠가 한 방에 있는 것이 낯설어]라고 말하면서도... 입꼬리는 올라간다. 좋다는 것이다.

이제야 그들은 가정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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