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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ina May 29. 2020

저는 소아마비입니다.

한 쪽 다리가 조금 짧은 선생님의 아이들을 향한 길고 긴 동행

저는 [네가 무엇을 하든,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네가 옳다] 심리에세이를 출간한 작가입니다.

브런치는 이제 막 시작한 새내기입니다. 드러내는 시대인지라, 이력을 알리고 시작하고 싶었으나

지천명의 나이 탓을 하면서 블로그에 올렸던 내용들을 간추려 브런치에 올렸습니다.

오늘은 브런치를 제대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소아마비 작가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쳤던 선생님었고,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해주고 싶어 심리상담사가 된,

그래서 그 이야기를 책으로 낸 작가입니다.

제 책을 검색하면 나오는 신문기사입니다.

24시간을 '숙식'이라는 개념으로 아이들을 품고 가르쳤습니다. 고개숙인 아이들을 보면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제가 경험했던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소아마비가 된 딸을 격리했던 가족, 백수로 살았던 남편과의 이혼, 그 경험의 자산이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주었습니다.  아픈 아이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에세이를 내고, 심리상담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글을 씁니다.

저는 일상의 삶을 글로 풀어 낼 때 행복합니다. 저를 들여다보는 가장 솔직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며칠, <<문장수집생활>>책을 읽으면서 시선이 머무는 구절을 골라 저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중입니다. 오늘은 제가 어느 구절에 시선이 머물렀을까요?


벌써 아침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고 이제 막 잠자리에 든 것 같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시계를 잘못 맞추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 뿐이었다.

- 파비오 볼로 [내가 원하는 시간] <소담출판사> 2014.



저자 이유미는 이탈리아 작가 파비오 볼로의 [내가 원하는 시간]을  인용하면서 일상의 위대함을 사랑하는 작가 파비오 볼로가 라디오 방송국에서 낭독했던 [행복이란?] 글을 소개합니다.


행복이란?

행복이란 그것이 전부라고  믿고 쫓아가서 쟁취하는 사랑이 아니다.

강렬하고 화려한 느낌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행복이란 고층 빌딩을 오르내리면서 날마다 시험을 치르듯이 끊임없이 

감행해야 하는 도전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우는 것은 행복은 작고 소중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의 향기는 행복을 느끼기 위한 우리들만의 아주 조그만 예식이다.

행복은 아름다운 노래의 음들 몇 개로 만 이루어져 있다.

따뜻한 색깔의 책 한 권으로 족할 때도 있다. 

어떤 때는 스쳐 지나가는 음식 냄새로, 어떤 때는 고양이나 강아지의 코를 부비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할 때가 있다.

(생략)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김훈 작가의 인터뷰를 인용했습니다.

글은 삶의 구체성과 일상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생활에 바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글은 공허하고 헛되다.

저의 소신과 같습니다. 저는 읽히기 쉬운 글을 선호합니다.

김훈 작가가 이어서 말합니다.


나는 글을 쓸 때, 되도록 개념어를 쓰지 않는다. 

개념어는 실제가 존재하지 않고 언어만 존재하는 것 같다. 

자기 삶을 통과해 나온 언어를 써야 한다. by.김훈



오늘은 시를 닮은 에세이를 써봅니다. 제 삶을 통과해 온 언어입니다.



#3. 행복이란.


차 밑에 고양이가 숨어 있었어요.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 길에 사는 고양이가 바퀴 옆에

 웅크리고 있었어요.


시동을 걸어 놓으면 소리에 놀라 가겠지.


무거운 목발을 두 번은 움직여야 하는데, 

시동을 걸고 

다시 일어서 차 밑을 보려면

무거운 목발을 두 번은 움직여야 하는데.


시동을 걸고 

무거운 다리를 끌고 

차 밑을 확인해 봤어요.


검은색에 회색이 섞여있는 고양이가 그대로 있네요.

사람이 다가가면 도망갈 법도 한데, 

타이어 옆, 차 밑에 웅크리고 버티고 있어요.

바쁜데,


차에 있던 스콘 조각으로 대화를 시도했어요.

먹어볼래?

이리 오렴.


고양이가 움직여요.

차 밑을 빠져나온 고양이는...


배가 많이 불러 있었어요.

땅에 닿을 만큼.


배가 고팠나 봐요. 스콘을 다 먹고서야

다른 곳으로 갔어요.


그리고 그 고양이는 이제, 

나의 공간

카페 앞에서 매일 만나요.


그래, 배고플 때마다 오렴.

넉넉하다. 스콘이.


By 사비나

#시를 #닮은 #에세이 #네가무엇을하든누가뭐라하든나는네가옳다 #황정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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