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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ina Aug 24. 2020

서툰 감정 3.

즉흥적으로 살아도 괜찮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가 아들을 향해 내뱉은 그 씁쓸한 문장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에 머물렀다.


어린 시절 부모의 무관심이 아픈 시대의 산물인지 모르고, 아버지와 엄마도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어린 나는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목발을 짚고 운동회 응원단장이 되기도 하고, 웅변대회를 나가서 목발을 들고 외치면서 부단히도 나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성장하면서 알았다.

나의 존재를 인식시키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야 되나 보다.


그때부터 일기를 썼다.

하루의 마감을 감성적으로  마무리하는 오글거리는 일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부모님이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나를 알아줄까,

목발을 짚고 사는 한 여자아이가 가슴이 너무 뜨거워 하고 싶은 것이 많고, 그 뜨거운 것이 열정이 되어 드러내고 있는데 왜 알아주지 않는지에 대한 항거의 기록이며

그 기록의 장이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계획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렇다. 에니어그램 7번은 어린 시절 강한 부모 아래에서 외로워하며 , 강한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한 분리의 경험으로 [한 가지]에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를 꿈꾸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 성장의 배경에는 plan A, plan B가 늘 있다.


그렇게 살아왔다.

아날로그로 넘쳐나는 노트에서 이제는 아이패드 굿 노트에 그리고 휴대폰 액정화면에 온통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이 넘쳐나는 계획과 꿈이 많은 사람이다.



부모의 돌봄이 없었고 나를 지속적으로 지지해주는 선생님이 없었으니, 나에게 멘토는 [책]뿐이었다. 책으로 배운 감정은 늘 서툴렀다.

그리고 만났다.

[책인사]라는 출판사를 그리고 [이혁백]이라는 대표를.


처음에는 나를 변화시키는 [책인사]가 감사해서 그리고 지금은 멘토가 되어 준 대표가 감사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을 확장했다.

그리고 대표의 조언에 따라 plan A, Plan B로 살아가는 힘을 빼고 있다.


[일] 분야에 있어서는 프로가 되어야 하나, 일상으로 돌아오는 나의 공간에서는 힘을 빼고 있다.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에도 표현이 되고 있었다.


밑그림이 완벽해야 색을 칠했던 나는 캔버스를 앞에 두고 눈을 감았다.

마치, 힘을 빼는 방법이, 가볍게 살아가는 방법이, 평생 그림만 그렸던 화가들이 붓만 들면 작품이 되는 그것처럼

마치, 별이 빛나는 밤이 하늘을 수놓아 선율이 되는 고흐의 작품이 되는 그것처럼, 나는 눈을 감았다.

돈을 불러온다는 해바라기를 상상하고

나뭇잎의 흩날림을 상상하며,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해바라기와 나뭇잎들이 엉킨 그곳에 내가 있었다.

그래도 살겠다고 해를 바라고 해를 바라니 고개까지 꺾인 해바라기를 그리면서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살았지...

나를 드러내야 나를 알아주는지 알았고, 가면을 쓰고 살아야 품격이 있는지 알았지.

후회하지는 않는다.

노력이 경력이 되고 이력이 되었으니.

그러나 지금은 [쉼]이 필요하고, 그 진정한 여유가 뿜어내는 시간이 또 다른 나를 만들어 성장하고 있음을 믿는다.

그림이 말해준다.

가끔은 [즉흥적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이제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빡빡한 일정이 답답한 마음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

그저 생각이 차고 넘치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보면서 서툴었던 나를 토닥인다.

괜찮아.

괜찮아.

참 잘 살아왔어.


해바라기가 웃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지개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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