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꽃이라 부르고 싶다..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누가복음 1:47-48
책 냄새를 킁킁 맡아보는 행위를 하면, 마치 내가 그 책을 다 소유한 주인이 된 것 같다.
아마, 어릴 때는 책의 냄새를 맡으면서 그랬던 것 같다.
작가가 되고 싶어요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꼼마는 북카페라는 상호를 걸고, 사방 천지에 커피 냄새보다 강한 책 냄새를 흘리며 한쪽에는 작가 지망생을 한쪽에는 이미 작가가 된 사람들을 풍경처럼 흘렸다.
그곳에서 [네가 무엇을 하든,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네가 옳다] 초고를 썼다.
땅 밟기라는 용어가 있다.
집필실이 되어버린 꼼마 카페를 발 네 개로 꾹 꾹 눌러 밟으며, 기도했다.
-이 곳에 제 책이 놓여 있게 해 주세요.
'셀프서비스'라 하면 커피를 주문하고, "지.. 지지잉" 커피 진동벨이 울리면 직접 커피를 가지러 가야 하는 것인데
목발을 짚고 있으니 아주 뻔뻔한 손님이다 나는.
-제가, 커피를 들고 갈 수 없으니 제 자리까지 가져다주시겠어요?
그렇게 6개월을 책으로 둘러 쌓인 그곳에서 직원이 가져다주는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썼고, 책을 냈다.
3월, 4월, 5월... 책을 출간하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강연을 하는 시각화가 무너졌을 때 독자들이 주는 서평과 리뷰에 위안을 얻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6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내가 책을 출간했나 무뎌져 가니 [나는 작가다] 의도적으로 글을 쓰고, 의도적으로 서점으로 여행을 갔다.
대량 공급되는 마케팅이나, 유명세를 이용하거나, 스스로 유명해진 베스트셀러 책들을 지나치면 코랄 핑크의 나의 책이 책꽂이에서 반긴다.
작가셨어요?
김 수영 시인은 거룩한 우연이 거룩한 인연이라고 했다.
책을 출간하고 필자가 운영하는 상담실로 꼼마 카페 직원이 찾아왔다. 목발이 손이라 커피를 셀프서비스하지 못하니 글을 쓰는 나의 테이블에 아주 조심히 커피를 내려놓고 갔던 그 아름다운 아가씨가 상담실을 찾아온 것이다.
땅밟기라고 있다.
나는 꼼마 카페를 가면서 기도했다.
'이 곳에 제 책이 진열되게 해 주세요...'
거룩한 인연이 된 그 여직원의 추천으로 나의 책은 3월부터 지금까지 '꼼마 카페'에 있다.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줄 알았다.
여름의 길목에서 친구들과 찾아간 그곳, 여전히 나를 반기는 코랄 핑크가 예뻐서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자식이라고 하지 않는가,
배 아파서 낳은 자식 말이다. 가슴 깊이 숨겨 놓은 어두운 그림자가 수액으로 터져 나올 때, 그 아픈 이야기를 한 올 한 올 엮어서 세상에 선 보인 나의 자랑이다.
계절이 바뀌고, 서늘한 바람에 에어컨 바람이 추워질 때 의식처럼 찾아갔다.
사라질 줄 알았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에만 씌어준다는 [판매용 도서] 비닐에 곱게 쌓여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에게 인사했다.
내 자식을 어찌 그냥 지나치랴
-학생, 사진 좀 찍어주세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사족까지 붙인다.
-제가 이 책 작가인데요, 기분이 좋아서요...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
훈훈한 외모를 가진 청년들이 훈훈한 미소를 장착하고 흔쾌히 찍어준다.
예비작가들은 말한다.
-제 책이 나오기는 할까요?
깊은 한숨이 더해지면 이렇게도 말한다.
-제 책을 누가 읽을까 두렵기도 해요
나의 이름이 들어 간 책, 누가 사랑해야 할까? 누가 가장 많이 읽어야 할까?
대량 공급이 되지 않아서, 유명세를 타지 않아서 대형서점 베스트셀러가 아니어도 나의 책은 인천 송도 꼼마 카페에 아직도... 있다.
내 이야기의 배경인 송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학동네 출판사, 책 냄새가 커피 냄새를 이기는 그곳에 있다.
내가 가장 아끼고, 내가 가장 흥분하는 책,
나의 책은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맞다.
나를 추천한 여직원의 마음에 감동하고, 나의 책을 서평해 준 이웃이 고맙고,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동역자를 지지하고 싶은 날, 나는 꼼마 카페 바닥을 꾹 꾹 눌러 밟으며 기도했다.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누가복음 1:47-48
"능하신 이가 큰 일을 내게 행하셨으니, 나의 책은 영원히 빛날 겁니다. 만세에 복이 있을 겁니다. 책을 쓰는 작가로 살아가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주를 찬양합니다"
수많은 책들 사이, 작은 꽃집 앞에 위치하고 있는, 내 품에 안겨있는 책에게 고한다.
나는 너를 꽃이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