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기 바닷가.
[일러두기]
커플, 부부, 그리고 썸 타는 사이.
남자와 여자를 다루는 상담 스토리 텔링입니다.
연애 세포가 살아나서 부부사이는 더 돈독해지고, 싸웠던 커플은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고합니다.
솔로는 외로울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외로워진다면 우리 함께, 외로워합시다!
어떤 이유로 커플들이 나를 찾는지는 모른다.
내가 돌싱이고, 연애상담을 잘해준다는 소문이 났을까.
이제는 커플이 그렇게 찾아온다.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커플이 오고, 나의 능력을 힘입어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남자가 오고,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부부가 온다.
-아래 커플 그림 중에 의식하지 않고 빠르게, 좋아 보이는 그림을 골라주세요.
자, 다음으로
-의식하고 천천히 행복해 보이는 커플 그림을 골라주세요.
사실, 고르라고 보여 준 커플 그림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나오는 가벼운 심리테스트 도구다.
나는 그 도구를 이용해서 각자 가지고 있는 무의식과,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페르소나를 풀어 해석해 줄 뿐이다.
인터넷에 나온 천편일률적인 답변과 달리,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 있는 커플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을 뽑아내는... 그것이 나의 역할인데, 여자 친구가 뾰로통하다.
-뭐야? 왜, 그림 E를 골라?
-어때서? 내가 좋아 보이는 그림일 뿐이야.
-실망이야. 어째서 E를 골라? 여자가 끼 부리잖아.
-뭐래? 그림만 보고 여자가 끼를 부린다는 걸 어떻게 알아?
-봐봐, 다리 하나를 들고 있잖아.
남자는 아연실색.
-뭐래니.
에니어그램 3번 유형의 여자는 예뻤다.
-선생님, 저는요. 길에서 연인들이 막 껴안고, 뽀뽀하고, 그런 거 보면 짜증 나요.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의 남자는 부끄러움이 없었다.
-그게 어때서? 나는 좋아 보이던데, 너는... 너무 빼는 경향이 있어.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커플은 1회 차 상담에서 각자의 유형을 확인하고 뿌리 탐색을 했다.
그때까지는 좋았다. 서로 [그랬구나, 그랬구나] 끄덕이고 토닥이며, 눈물을 닦아주었는데 말이다.
개인 내면 여행을 끝내고 3회 차에 다시 커플로 찾아온 그들은 커플 그림 하나에도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선생님, 횡단보도 앞에서 여자가 남자를 이렇게 껴안고 있는 거예요! 아, 꼴 보기 싫어요. 이럴 땐, 제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도 해! 아니,해줘 봐 좀.
-아, 선생님, 얘네는 더 진상이에요! 호텔 가서 하라 그래요. 드라마는 집에 가서 찍었으면 좋겠어요. 길거리에서 무슨 짓인지... 참.
그림 하나하나에 쏟아지는 여자의 평가를 들으면서 나는 그렇게 미소가 나왔다.
-왜 웃으세요? 선생님은 길에서 뽀뽀하거나 껴안는 커플 보면 어떠신데요?
이럴 땐 상담자의 원칙으로 중립을 지켜서는 안 된다.
-아우, 진상입니다. 집에 가서나 하지, 왜 저러나 몰라요!
-그쵸, 그쵸, 선생님
격한 리액션 후에 얼굴이 붉어진 그녀를 위해 잠시 숨 고르기를 했다.
느린 호흡으로 그녀가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남의 이목을 너무 중요시 여겨요. 엄마 아빠는 싸우다가도 손님이 오면 연기자가 돼요. 마치 싸우지 않은 사람들처럼요.
단지 커플 사진일 뿐이다.
그러나 커플의 밀착도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그녀는 자신이 지켜보고 미러링 했던 부모의 모습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늘 말했어요. [여자가 말이야]. 엄마는 이렇게 말했어요. [넌, 아빠 같은 사람 만나지 마라]
3번 유형의 예쁜 여자는 자기와 같은 편이라고 느껴진 나를 이제는 동지로 여기는 것 같았다.
-선생님, 그렇게 싸우고도 밤만 되면 엄마 아빠는 동물이 돼요. 싫다면서 왜 같이 자요?
그녀가 모를 리 없다. 번식만을 위해서 남녀가 함께 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싸우고도 다시 육체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게 부부라는 것을 그녀는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 채 너무 서툴게 자랐다. 아니, 받아 본 적 없는 사랑 표현에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 역시, 은밀한 침대에서나 3번 유형만 가지고 있는 [그 끼 부림]을 펼치고 있던 것이다.
사진으로 표현하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이렇게 반응했다.
-선생님, 얘 말, 이거 다 진심인가요? 처음에는 낯설어서 그런가.. 어색해서 그런가 생각이 많았어요. 그런데, 연애를 1년이나 했는데, 아직도 길거리에서 내가 뽀뽀하려고 하면 피해요.
-왜 길에서 해? 내가 안 해주는 건 아니잖아?
-남자가 원하는 스킨십을 해 준다가 뭐야? 좋으면 하는 거지. 자연스럽게 말이야.
워.. 워...
그들의 다툼을 진정시키고, 다시 나만의 방법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성에 대한 인식을 표출하게 했다.
여자에게 물었다.
-00 씨는 길에서 연인들이 어떻게 서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정도?
남자의 반응은 달랐다.
-우리 부모님은 아직도 길에서 손 잡고 걸으셔. 그리고 아버지가 출근하실 때 엄마를 안아주고 나가시는데..
가끔 술 드신 날은 격하게 뽀뽀도 하고 그러신단 말이야. 너랑 사귀면서 내가 얼마나 많이 참는 줄 알아!?
남자의 환경과 여자의 환경이 달라서 오는 성 견해를 가볍게 무시해서는 안 된다.
썸이 끝나고, 연인으로 발전했는데도 단순한 개인적인 취향 차이라는 [개취]로 일축하면, 결혼해서 보게 된다.
그렇게 세상 다정했던 남자가 말이 없어지고, 휴일이면 소파와 한 몸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에니어그램 3번 유형의 여자는 '성취가'라는 키워드처럼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고, 잘 해내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건강하지 않을 때는 자신의 그림자를 사람에게 너무 많이 투영하기 때문에 [다리를 들고 남자를 바라보는] 커플 그림에서 [끼를 부린다]고 표현을 했다.
그녀는 5회의 내면 여행을 하고 자신의 뿌리를 인정했다. 그녀가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7번 유형의 남자 친구였는데,
-기다려 줄 수 있어?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알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사랑하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표현해 볼게. 가짜 연기는 안 할게... 기다려 줄 수 있어?
상사에게 인정을 받고 pt를 해도 떨지 않는 그녀는 길거리에서도 남자 친구를 안고 싶다고 했다. 굳이 당당함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아도 그녀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은밀한 공간에 제약을 두는 것, 우습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안고 있는 커플이 진상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사람을 의식하는 자신이 진상이라고도 했다.
이런 사랑스러운 고백을 듣는 남자 친구가 타이밍을 놓칠 리 없다.
-그럼, 이제 자주 안아도 되는 거야? 으스러지게 안아줄 거야!
-음... 그래도 아직은... 좀 그래.. 이 정도만 해줘.
내가 내밀어 놓은 그림을 뒤적이던 여자는 가리켰다.
부끄러움이 없는 7번 유형의 남자는 말했다.
-그럼 우리, 1박으로 여행 가자. 바다 어때? 바다!
-선생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가는 커플의 웃음소리가 쓸쓸한 상담실을 에워싸니, 이럴 땐 음악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