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bina Sep 07. 2020

동갑의 심리학.

너는 봉사? 나는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해.

[일러두기]

커플, 부부, 그리고 썸 타는 사이.

남자와 여자를 다루는 상담 스토리 텔링입니다.

연애 세포가 살아나서 부부 사이는 더 돈독해지고, 싸웠던 커플은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고합니다.

솔로는 외로울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외로워진다면 우리 함께, 외로워합시다! [세 번의 상담사례를 올릴 동안, 같은 문장의 일러두기는 복붙입니다^^]



사랑의 언어가 이렇게 많군요!
-어떤 부인은 "남편은 하루 종일 나를 무시하다가 잠자리는 같이 하기를 원합니다. 나는 그것이 싫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부인은 성관계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사랑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P29<<5가지 사랑의 언어>>-게리 채프먼


사랑의 언어 설문지가 있다.

-가장 높은 점수가 두 분의 제1의 사랑의 언어입니다. 한 가지 점수가 다른 것들보다 높다고 해서 나머지 언어들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두 분이 그 나머지 하나의 언어를 숨겨놓고 끙끙댈 수도 있습니다. 오늘 테스트의 목적은 숨겨놓은 욕구를 분출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자, 각자 어떤 욕구가 강한지 테스트해 봅시다.


연애만 7년이라고 했다. 나는 궁금했다. 부부가 갖게 되는 권태기를 이들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동갑이라고 했다. 나는 궁금했다. "가족은 같이 자는 게 아니야"라고 농담하는 권태기의 남편처럼, "친구끼리는 같이 자는 게 아니야"라고 말할 까 궁금했다.

가끔은 상담사가 맞나 싶다.


-오우, 남자 친구분은 봉사 욕구가 가장 높이 나왔네요.


에니어그램 5번 유형은 이미 내가 올린 사례에 가장 많이 등장한다. 머리형, 가슴형, 장형으로 대표되는 유형 중에 [머리형]인 5번 유형은 생각은 많으나 표현이 적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 아니 매우 서툴다.

그 서툰 사람이 하필 남자여서, 이혼하겠다는 아내의 협박으로 온 남편과, 사기를 당하고 폐인처럼 지내는 아들을 노모가 데리고 왔고, 게임 중독의 아들을 지켜볼 수 없다고 컴퓨터 모니터를 깬 아버지를 증오하는 아들까지, 하필 5번 유형이 다 남자여서 상담노트는 통계로 가득 찼다.


소파와 한 몸이 된 남편은 건조하다 못해 어쩌면 밥 먹을 때 입을 벌리는 그 순간만 혀를 볼 수 있다는 아내의 농담이 남편의 덧니가 예쁘다는 표현으로 바뀌고, 원룸의 벽이 조여와서 숨이 막힌다는 폐인의 아들은 패러글라이딩과 복싱을 하며 숨겨 놓은 매력을 발산하고 있고, 새 모니터를 사 주고 화해를 요청했던 아빠가 퇴근을 하면 버선발로 나가서 인사를 하고 다시 게임을 하는 아들이 있어, 그 기적의 순간을 내가 체험하고 있는데... 내 앞에 속눈썹이 길어서 눈이 그윽해 보이는 5번 유형의 잘 생긴 남자는 서툰 표현을 이렇게 했다.


사랑의 언어가 이렇게 많군요?
저는 봉사 욕구가 높은데, 여자 친구에게 일을 시킨다는 건가요?

-그렇지 않아요. 잠깐 시각화를 해볼까요? 결혼을 했다고 가정합시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때, 아내에게 어떤 문자가 오면 기분이 좋아질까요?

-된장찌개 끓여 놨어!

-그렇군요. 집에 들어갈 때, 아내가 문을 열어주기를 바라나요? 아니면 본인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 갈 건가요?

이번에는 꽤 오래 고민하고 대답했다.

-제가 비밀 번호를 누르고 들어갈 때,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왔어?"라고 인사를 하고 안아주면 좋겠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여자 친구가 [피식] 웃었다.

-식사 준비를 같이 할 건가요?

-아니요, 제가 샤워를 하고 나오면 식탁이 차려 있었으면..

-야! 내가 일하는 아줌마냐? 정말 웃겨.


여자 친구는 에니어그램 2번 유형이다. 웃을 때마다 눈이 사라지는 눈웃음과 어깨를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간드러지게 말하는 애교쟁이이니, 절대로 화나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시켜주고 다시 진행하겠다.


눈을 감고 시각화를 했던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의 지적에 서툰 표현이 지나치게 긴 여운으로 표현되었다.

-음.. 선생님... 잘 모르겠어요... 얘는 가끔 선물 줄 때나, 맛있는 걸 먹을 때는 까르르까르르 웃는데요. 내가 무언가를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하면 지적질을 해서... 음... 잘 모르겠어요


에니어그램 2번 유형은 [가슴형]으로 지칭되며, 세포로 호흡할 정도로 세상의 예쁜 것에 바로 반응을 하는 수다쟁이.. 그러니 그녀의 사랑의 언어는 [함께 하는 시간]이 1순위로 나왔다.

그러니까 그녀는 남자 친구가 멋있게 무언가를 시각화하고, 제안을 하는 딱딱한 시간보다 자신의 이야기에 바로 반응을 해주고 웃어주는 그 시간이 좋은 것이다.


'아, 어렵다... 그쵸?'


그런데 말이다. 이 둘은 동갑이다. 7년을 연애하고 결혼을 하자고 제안을 하는 남자 친구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여자를 데리고 온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여자 친구가 야! 너! 이럴 때마다 무시당하는 것 같아요.

-야! 우리 동갑이야. 그게 어때서?


꾹꾹 눌러 밟히는 자존감.

한국 사회는 그렇다. 나이가 있는 사람은 꼰대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얼추 눈감아 주기도 하고, 나이가 어린 사람은 너무 대드는 모양이 될까 자제하기도 하니, 커플의 나이 차이가 주는 이점도 있다는 것인데, 5번 유형의 남자 친구는 애교로 다가왔던 여자 친구의 반말이 연애 7년 차가 되니, 자기가 머슴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존재감도 없다고 했다.

그러니 그의 욕구는 봉사 욕구가 가득 차있다. 자기만을 위해서 준비해주는 아내의 서프라이즈를 실상에서 볼 수 없어서 꿈으로 꾸는 시각화에 눈을 감고 배시시 웃어버리는 착한 남자, 나는 그 남자의 서툰 감정을 표현으로 이끌어 낼 때 짠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자꾸만 입이 배시시 했다.

바로 옆에 있는 사회적 비교대상.

   연애 7년 차인 이 둘은, 동갑이다.

남자 친구가 군대를 갔다 오고 대학교를 졸업하는 그 시간, 여자 친구는 이미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를 획득했으니 월급이 남자 친구보다 많다. 게다가 그녀의 주변에는 남자 친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외제차를 모는 남자가 있고, 남자 친구의 월급 세배를 버는 남자도 있다.

-프로듀스 101 강다니엘 있잖아, 걔는 나이도 어린데 벌써 부모님을 위해서 집을 사드렸대. 참, 걔 있잖아 00은 이번에 이직했는데, 월급이 장난 아니래!

여자 친구의 비교 대상의 주제가 다양해질 때, 남자 친구는 느꼈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서로 나 좀 이해해달라는 마음.

승진을 한 여자 친구는 퇴근시간이 늦었고, 이제 사회 초년생인 남자는 잦은 회식을 빠져나갈 수가 없다고 했다.

이미 말을 튼, 반말하는 동갑이고 연애를 7년이나 했으니, 지친 일상의 끝에 그들은 그렇게 다투고 그 다툼의 양상이 다양해질 때,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다. 그때 왔다. 상담을 원했던 시기는 다툼이 지나쳐 상담사 앞에서 서로를 이해해달라고 울부짖는 그 시기에 왔다.

-선생님 근데요, 얘는 일이 힘들어서 그냥 대화하고, 맛있는 것 먹고, 가끔은 어깨에 기대고 잠시 눈 감고 있다가 가고 싶은 그런 날에도 자꾸 모텔을 가자고 했어요. 얘는 동물인가 봐요. 힘들어도 술을 마셔도 자는 거밖에 몰라요. 그런데 오늘은 사랑의 언어가 봉사 욕구라니요? 결혼하면 저는 일만 하겠네요!


'아... 어렵다 그쵸?'


처음에는 미션을 주고 그 미션을 잘 수행하면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시각화를 가진 남자에게 이해를 요청했다. 다음은 내면의 뿌리를 탐색하고 성격이 맞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여자에게 이해를 요청했다.


봉사 욕구가 높다는 것은,  일을 시키려는 [갑]의 마음이 아니고, 받아본 적 없는 [인정]을 받고 싶은 소박한 남자의 소망이었고, 함께하는 시간에 수다를 떨어야 하는 여자의 욕구는, 아픈 엄마에게 반장이 된 기쁜 사건의 전말도, 소풍 가서 다람쥐를 보고 놀랐다는 그 사소한 이야기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의 감정을 털어놓을 친구가 필요했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나는 5회의 상담시간 동안 애쓰고 애썼다.


3회 차 상담을 할 때 여자 친구는 [퍼엉의 연애 그림책,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라는 책을 들고 왔다.

-선생님, 노력해 볼게요. 이 그림 속의 연인들처럼 해보려고요. 같이 요리하고, 안아주고, 침대에 누워서 뒹굴면서 남자 친구 엉덩이를 토닥토닥해주려고요.


뭔, 책 한 권이 그리 감동일 줄이야. 남자는 울고 있었다.

아니 흘러내린 것이 눈물인지도 모르고 남자는 사랑스러운 눈으로 여자 친구를 바라보았다.

여자 친구는 남자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했다.

-뭐, 이 정도에 감동이야. 이제 시작이야.


가장 예쁘게 웃어주니 그녀의 눈이 사라졌다.

그녀의 어깨는 가슴 쪽으로 말려들어가니, 그녀는 지금 2번 유형의 애교를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저 커플, 진상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