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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ina Nov 19. 2020

왜,  사물이 말을 걸어올까

프롤로그

들어가며.    


사람에게는 다섯가지의 감각이 있습니다.

사람의 움직임을 알아채는 시각 대신, 움직임이 불편한 저에게는 듣기만 해도 누구인지 알아내는 청각이 발달했습니다.

그리고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 저에게 특별한 감각이 추가 됩니다.

앉아서 지켜보는 느린 감각, 한참을 지켜보고 알아내는 혜안이 있습니다.    

-부끄러워서 커텐 뒤에 숨는 아이

-드러내고 싶어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아가씨

-다이어트하는 딸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고 국자를 들고 위협하는 엄마

-조수석에서는 멀미하는데 운전만 하면 멀쩡한 딸에게 차 키를 선물하는 엄마

커텐과, 머리카락,국자와, 차키가 글에서 날아다닙니다.    

그렇게 움직일 수 없는 저는 사물을 바라보는 조금은 특별한 혜안이 있습니다.

그 혜안이 깊어져 고개 숙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픈 그림자를 눈물로 꺼내는 방법이 슬픈 드라마를 보고서야 우는,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들을 위로하는 상담사가 되었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들었던 은밀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때, 특별한 상담을 하고 있는 딸에게 엄마는 말했습니다.

-왜, 너의 책에는 엄마이야기가 없니?

어린 시절, 장애인 딸이 수치스러워 창고에 가둔 엄마가 미워서 라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사실은 엄마 이야기만하면 목구멍 까지 눈물이 차오르기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엄마가 좋은데 표현하지 못 하는 딸이 엄마의 사물만 보이고, 사람들의 사물이 보인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내가 바라보는 특별한 사물을 글로 풀었습니다.    

방사선 치료하느라 빠진 머리카락을 가린 예쁜 모자, 장애인 딸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둔탁한 도마와 맞물리는 경쾌한 칼, 그리고 누군가의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사물들

그의 사물, 그녀의 사물이 이 책에 녹아있습니다.    

말하지 못하는 사물이 어떻게 말을 걸어 왔을까요?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소리가 고양이가 지나간 흔적인지 바람의 소리에 흔들리는 나약한 나뭇잎이 부서지는 건지 확인하고 싶지만 나갈 수가 없습니다.

창문을 열어 겨우 확인을 하고야 나뭇잎을 밟고 뒹굴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합니다.

낡은 주택 옥상에서 나뭇잎을 밟고 있는 고양이의 배가 불룩합니다. 임신한 어미 고양이는 나뭇잎에 위에서 쉬다 가나봅니다.    

몇장의 나뭇잎이 참 고마운 날입니다. 오늘도 사물이 말을 걸어 옵니다.    

                                               -70년 묵은 목조 주택에서 사비나 황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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