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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Mar 23. 2023

5_자연이 주는 쉼

어젯밤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비는 오늘 늦은 오후까진 봄비치고는 꽤나 많은 비가 경주에 내렸다. 어제까진 벚꽃이 얼마나 피었나, 경주 시내도 둘러보곤 했는데 오늘은 비 예보가 있어서 쉬었다. 이번 봄비는 모두에게 고마운 비다. 계속 건조하고 가물었던 경주를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 덕분에 산불위험이 많이 줄어들었고 본격적인 농번기를 앞두고 내린 비 덕분에 농업용수를 끌어와야 하는 농부의 수고로움을 조금은 덜어주었다. 벚꽃들도, 만약 만개한 뒤에 내린 비였다면 낙화로 아쉬운 마음을 삼켜야 했겠지만 아직 꽃망울을 틔우기 전이라 물을 흠뻑 머금고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되었으니. 올해 벚꽃은 정말 역대급으로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와서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주어진 휴식이었지만 어제까지의 내 모습을 보자면 오늘의 휴식은 정말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아직 제대로 홍보도, 결과물도 없는 나에게 기회를 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첫 투어 예약 손님을 받았을 때의 놀람 기쁨 당황스러움 행복함 긴장 감사함. 짧은 순간에 정말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진심이 전달되었다는 생각에 더 기뻤고 더 감사했다. 과장해서 표현하고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했기에 어쩌면 더 기회를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진솔하게 썼던 소개글에 공감해 주신 분들이 신청을 해주신 게 아닐까. 그래서 더 감사했다. 


감사라는 말을 정말 몇 번이나 쓰는 건지..! 


  너무도 감사해서 많은 걸 해드리고 싶어 이것도 준비하고 저것도 준비하고 놓친 건 없는지 확인 또 확인. 사진을 정리하고 코스를 다시 한번 체크하고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고. 그러다 보니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날들이 이어졌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귀찮거나 힘든 건 없었다.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고 신이 났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수익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고 감사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생겼다는 것. 그래서 내가 4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 온 이 길들을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하고 추억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 그 기회가 내게 왔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도 행복했다. 


  확신이 있었다. 알려지기까지가 꽤나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궤도에 오르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찾는, 또 좋아하는 여행이 될 거라고. 오랜 시간 준비해 왔고 그만큼 무엇을 어떻게 전하고 싶은지 확실했으니까.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이 너무도 신기하고 마치 기적 같다. 과연 될까? 에서 된다!로 바뀌어 나가는 순간. 


  내일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에 밤잠을 설치던 나날들이 이제는 내일은 내게 어떤 일이 펼쳐질까? 기대와 설렘으로 잠을 청하는 요즘이 너무도 감사하다. 


혹시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한번 돌아보고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면서 보냈던 하루. 오늘의 휴식이 내겐 정말 중요했고 필요했다. 잠시 멈춰 서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삶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분명히 필요한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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