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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Mar 20. 2023

4_진심을 전하는 법

여행가이드와 스냅사진 사이에서

호기롭게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그래도 꽤나 SNS 활용엔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나보다.


내게 일주일의 시간은 기대와 실망의 반복이었다. 오늘은 몇명이나 들어왔지. 혹시 촬영 문의가 들어온 게 없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을 해 보았지만 어제와 별 다를 것 없는 모습에 실망하기를 반복했다. 길어도 2주. 벚꽃이 다시 피기까지는 1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숨겨진 경주의 벚꽃길을 소개하고 싶었다. 단순히 이런 곳이 있어요, 라고 정보를 전달하는게 아니라 내가 직접 안내하고 사진에 담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관객 하나 없는 무대에서 아무리 멋진 연기를 펼쳐보았자 그건 연기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도 보지 않는데 열심히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나름 잘 찍었다고 생각하는 사진들로 인스타를 채워나가고, 블로그엔 자신있게 경주의 벚꽃 명소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여행 플랫폼인 마이리얼트립에 파트너 신청과 상품등록 신청도 했다. 그렇게 하나씩 해 나가기 시작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다.

  사람들이 검색을 해도 내 게시물은 노출조차 되지 않았고 아예 내가 이런일을 하고 있다는 것 조차 알 수 없었다. 홍보의 세계에서 ‘열심히‘는 통하지 않았다. 가끔 달리는 블로그 댓글은 ‘블로그 수익을 원하세요? 홍보의 노하우를 통해 인플루언서로 만들어드립니다’ 차분한 글에 ‘이렇게 신나는 글이라니! 잘보고 갑니다 답방 부탁해요~~’ 의미없는 방문자수 늘리기 위한 광고성 블로그의 댓글 뿐이었다. 요즘엔 아예 이런쪽으로 컨설팅을 해주는 곳들이 많다지만 그것도 일시적일뿐, 결국 계속 거기에 돈을 써야만 유지된다는 걸 알기에 선택지에 아예 두지 않았다.


그렇게 지나온 일주일을 돌아보고 다음 일주일을 준비하는 시간. 스냅사진을 주제로 홍보를 계속 하는게 맞을까. 의문이 들었다. 스냅사진과 여행가이드 그 사이 모호함 속에 나를 알리기 위해 집중한 쪽이 스냅사진이었다. 수요 자체가 여행가이드 보다는 스냅사진이 더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미 경주에는 스냅사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고 그 분들이 찍은 사진과 내가 찍은 사진 사이에는 극복하기 힘든 간격이 있었다. 그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취미로 사진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내가 아무리 사진을 ‘잘’ 찍는다고 해도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과 내가 경쟁해서 이기는건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종종 행사 촬영일을 하기도 했고 지인, 가족, 여자친구 사진을 자주 찍어서 인물사진을 찍는데도 자신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인물사진만 전업으로 해 온, 앞으로 계속 하려는 사람들과 과연 내가 경쟁할 수 있을까.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입장이라면 나 같아도 전업 작가에게 갈 것 같았다.

  사진을 전공하고 오랜시간 사진만 찍어온 전업작가와 내 사진실력은 비교불가다. 그걸 어떻게든 줄이고 싶지만 불가능이다. 그 분들은 이제까지 자신의 시간을 거기에 써 왔고, 나는 다른데 써 왔으니까. 그분들이 쌓아온 경험과 시간은 결코 내가 따라잡을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그 분들이 하지 못한 경험, 시간이 내게도 있었다. 지난 4년 동안 경주에서만 1500km 넘는 거리를 다니면서 언제 어디에 어떤 벚꽃이 피고 노을지는 풍경이 예쁜지 한적하게 여유로움을 느낄수 있는 장소는 어디인지. 그건 다른 누구와도 확실하게 구분되는 나만이 가진 경험이자 강점이었다. 작가분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웬만큼 사진촬영이 가능하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일거라 생각했다.

  

나는 스냅사진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이걸 시작한게 아니었다. 여행가이드를 하려고 이걸 시작한게 아니었다. 내게 지금의 도전은 내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 중 첫 단추, 하나의 과정에 불과했다.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하고 싶었다. 조금 색다른 경주 여행, 경주에서의 추억을 만들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걸 어떻게든 스냅사진으로 포장하고 설명하려다보니 내가 정말로 하고자 하는, 왜 이걸 하는지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위치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나니 앞으로 해야 할 이야기들이 확실해졌다. 내가 하고자 하는 건 하나의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같았다. 고객의 요청에 맞는 테마의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하고 2시간 동안 길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때론 가이드로, 그리고 그 길을 걷는 고객의 행복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주는 사진가로 함께하는 것.

  포함 사항으로 경주에서만 맛볼수 있는 간식 제공과 굳이 찍은 사진들 중 인화서비스까지 제공하는건 내가 하고자 하는게 스냅사진이 아니라는게 명확했다. 나는 경주를 찾은, 나를 찾은 사람들에게 이곳에서의 소중한 시간과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오늘의 추억도 저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겠지만 문득 힘들거나 쉼이 필요할 때 오늘을 기억했으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했으면.

  사진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했다. 보통 스냅사진의 목적인 예쁜사진이 아니라 지금 오늘의 이 시간을, 옆에서 함께 한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각자가 가진 유일한 보관함이랄까. 그런 보관함을 하나씩 선물하고 싶었다. 내게 사진은 그런 의미였다. 그래서 내 사진이 스냅작가분들의 사진 느낌을 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예쁘게 보여지기 위한 사진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기억하는 데 목적을 두었으니까.


나는 확신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만 하면 누구나 하고 싶은 경험이 될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됐다. 원래 진심을 전하는 건 쉽게, 빨리 되는게 아니니까. 처음엔 어떻게든 벚꽃시즌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원했지만 이제는 거기에 많은 욕심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부자연스러워지고 무리를 하게 되니까. 인스타그램에서 계속 방문자 수를 늘릴 수 있다고 광고 결제를 유도하는데 순간 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내게 맞는 방법이 아니었다.

  누구나 정보를 찾기 쉬운 시대지만 한편으론 솔직한, 진심이 담긴 정보를 찾기가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다. 괜히 ‘내돈내산’이 하나의 키워드가 된 것이 아니고 ‘솔직후기’ 같은 말이 이목을 끄는게 아니다. 진심이 전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차근차근 조급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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