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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Jun 05. 2023

7_기록의 중요성

여섯 번째 이야기를 쓴 뒤로 두 달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있었다. 

이곳에 글을 쓰지 못할 만큼 바쁜 건 아니었다. 정신없이 첫 투어를 진행했고 곧이어 두 번째, 세 번째 투어 그리고 열 번째 투어까지 마쳤다. 3, 4월에 비해서 5월은 신청이 많지 않았다. 아니, 신청은 비슷했지만 실제로 투어로 이어진 경우는 적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복병이 너무도 일찍 다가왔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투어의 특성상 날씨가 무척 중요한 변수였다. 비가 오면 투어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우산을 쓰고 걸을 수도 있겠지만, 코스 대부분이 포장된 길이 아닌 잔디나 흙길을 걷기에 신발이 젖을 수밖에 없었고 설령 그걸 감수하는 여행자라고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비가 내리는 양이 변할지 알 수 없기에 힘든 추억을 돈을 내가며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카메라 장비도 문제였다. 요즘 카메라야 과거보다 먼지나 습기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져 나오지만, 한 손으로 우산을 든 채 한 손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건, 손떨림방지도 없는 단렌즈로 촬영을 한다는 건 지인들 부탁으로 한 두 장 찍는 건 할 수 있겠지만 돈을 받고 찍는데 결과물이 뻔히 보이는 사진을 비가 와서 결과물이 이렇게 밖에 나올 수 없습니다. 동의하시지 않으셨나요? 라며 뻔뻔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자영업을 하려면, 특히나 서비스직을 하려면 뻔뻔해야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누가 그랬던가.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감은 오지만, 물건을 한번 팔고 말 생각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를 찾은 고객과 내가 교환하는 것은 돈과 시간, 추억이다. 물건이야 본래 목적이 아니라도 어딘가에 쓸 수라도 있겠지만 내가 돈을 받고 드리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더 신경 쓰고 더 많이 준비하게 된다. 유형의 것으로 무형의 것을 바꾼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니까. 그리고 내가 버는 돈은 누군가가 성실하게 일한 대가로 얻은 것이다. 그러니 어찌 소홀히, 대충 할 수 있

겠는가. 


예약 취소는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할 손실이지만, 예약할 때 경주에서의 시간을 기대했을 분들을 생각하면 그 손실이 아깝게, 한 푼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날씨 때문에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된 마음에 나도 무척이나 안타깝다. 그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또 있을 거고 그 나름대로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겠지만 계획했던 것들이 날씨라는 변수로 이루어지지 못할 때의 허탈감은 크니까. 


본래 어떤 예약이든 당일 취소는 일정 비율을 차감한 뒤 환불한다. 왜냐하면 예약자로 인해 다른 예약자를 받지 못한 손해가 생겨버리니까.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의 상황을 예외로 두고 있긴 하지만 그 천재지변에 속하는 사례를 겪기란 매우 드물어서, 일반적인 예약에서는 전액 환불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날씨로 인해 투어가 불가능할 경우 당일에도 환불을 진행했다. 물론 예보를 보고 그전에 취소하신 분도 있었고. 그래도 오후에는 날씨가 괜찮지 않을까요..?라는 한 마디에 얼마나 경주에서의 시간이, 또 나를 찾아주신 분이 간절함이 있었는지 느껴지기에 나 역시도 우선 내일 오전까지는 한번 기다려보시죠! 라며 하늘이 도와주길 바랐지만, 요즘 기상청의 예보는 꽤나 잘 맞는 것 같다.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전액 환불 처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찾아주신 분들은 대부분 경주로 여행을 오신 분들이다 보니 주로 주말 예약이 몰리는 편인데 5월엔 딱 일주일 빼고 모두 주말에 비가 왔다. 어쩜 그렇게 기가 막히게 비가 오는지.


여름이 다가올수록, 장마시즌이 가까워질수록 비로 인해 투어를 진행하기 어려울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했다. 그리고 그때는 재정비의 시간을 갖든, 아니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실내에서 추억을 선물해 드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그 시간이 너무도 빨리 다가와버렸다!

물론 투어가 없는 날엔 코스 답사를 계속 다니고, 경주 시민 분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그동안 미뤄두었던 코스 세부 점검도 진행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내겐,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채 홀로 채워나가는 시간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서 5월은 혼자서, 내면적으로 무척 바빴던 시간이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난 4월을 돌아보고 이곳 브런치를 비롯해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쓰고자 했던 이야기들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 


때론 너무 생각이 많아서 머리가 아파오고 뒤죽박죽 정리도 잘 안된 채 잠이 드는 날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면서 또 정리해 가면서 채워나가고 있다. 


돌아보면 5월은

4월에 찾아주셨던 분이 다시 찾아주시기도 했고

내가 정말 아끼는 동생의 결혼식을 사진에 담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항상 곁에서 응원해 주는 사랑하는 그녀 덕분에 하루하루 잘 채워나갈 수 있었다.

사람 때문에 힘든 날도 있었지만 사람 덕분에 감사하고 행복한 날들이 더 많았던 시간.


6월엔 좀 더 꾸준히 기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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