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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Mar 31. 2024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

언제부터 경주가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 되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나 오랫동안 그래도 경주에 살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있게 되면서, 그리고 SNS를 통해 사진을 공유하면서가 아닌가 싶다. 


벚꽃축제야 그 역사가 꽤나 길다고 하지만 요즘처럼 교통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나마도 오랜 시간 대표적인 벚꽃 명소였던 흥무로 벚꽃길만 그랬는데 요즘엔 시내 어디든 인산인해를 이룬다. 


봄꽃을 대표하는 꽃으로 벚꽃이 자리한 것도

그리 오래된 것 같진 않다.

제주에서 자생하는 왕벚나무가 있지만 그 이전까지 우리나라에는 산벚나무가 주를 이뤘고 오늘날처럼 가로수로 벚나무가 심어진 것은 일제강점기에 접어든 이후였다. 실제 지금 식재된 대다수의 벚나무도 일본산이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 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간직한 도시 경주가 아이러니하게도 일제강점기 식민지 시대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요즘같은 글로벌 시대에 그 무슨 퀘퀘묵은 이야기냐 하겠지만, 나 역시도 벚꽃 때문에 돈을 번다. 경주에서 스냅촬영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1년 중 바쁜 시기 중 하나가 바로 이 즈음. 한 때 그런 논의가 있기도 했다. 지금 곳곳에 있는 벚나무는 모두 일본산이니 베어내고 우리나라에서 자란 벚나무를 심자고. 벚나무를 가로수로 심기 시작한 것은 분명 일제강점기 이후이지만 그렇다고 바다건너 온 벚나무들이 무슨 죄랴. 월성에 있던 벚나무들이 모두 베어진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만 항상 극단적인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모든 벚나무를 베어버리면 아마 경주의 봄철 관광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거다. 전국에서 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소득에 손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보전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주라는 도시와는 상충되기에 점진적으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박혁거세가 묻혀있다고 전해진 오릉은 벚꽃 돌담길로 유명하고 미추왕릉에는 아예 벚나무가 앞에 심어져 있다. 


꼭 벚나무여야 하는가 하는데는 아쉬뭄도 있고 벚꽃만큼이나 예쁜 살구꽃도 좋겠다 싶다. 그럼에도 진지한 표정으로 누군가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마음은 없다. 누군가에겐 1년을 기다렸을 경주의 벚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생애 마지막 벚꽃일수도 있으니까. 그들에게 벚나무 가로수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역설한다 해서 그들의 봄이 바뀌진 않는다. 오히려 모르고 벚꽃을 즐기는 것보다 알고 즐기면 벚꽃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벚꽃을 기다렸을 이들에게 그렇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변화를 가져온다면 조금 더 나은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오릉의 벚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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