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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뉴 Jan 04. 2023

2023

글을 써야겠다.

나는 늘 생각을 글로 정리하곤 했다.

내가 글을 잘 쓰기 때문이 아니라, 머리에 가득 차있는 이 생각의 꼬리들을 잘라야 했다.

한 글자씩 눌러쓰는 속도와 생각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 그랬었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만 2년이 되어가는 지금 어색하지만 새로운 시작의 해인 1월이니까 다시 글을 써본다.


일단 2022년도를 돌아보면,


1월: 나와 나의 딸의 생일. 갑작스러운 퇴사 결정과 촉박했던 이직 준비. 이직은 정말 자신 있었는데, 면접을 너무 많이 봐서 넉다운이 돼버렸다. 또한, 나 자신의 한계를 마주했던 때. 10개 남짓한 회사 중, 한 곳으로 결정

2월: 새로운 회사 입사.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대신 이직. 부모님의 온전한 아이 케어 시작. 새로운 회사에서 놀랐던 것들이 가득했다. 예컨대, 아직도 Korean Title을 쓴다고? - 이 과장님. 하면 3초간 나를 부른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에 걸맞게 보수적이고 오래된 문화와 복지와 시스템들. 하지만 참 좋았던 팀.

3월: 의도치 않게 또 다른 새로운 회사로 이직. 한 달 다녔던 2월의 회사에는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누구나 다 아는 그 회사로 이직. 면접도 오래 걸렸고, 입사까지 참 많은 고민이 있었으나 새로운 시작.

4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보수적이고, 오래전에 머물러있는 회사 상태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바꾸려는 노력들을 시도해보기 시작함.

5월: 수많은 행사. 내가 지금 HR 담당자인지 회사행사 담당자인지 모를 정도로 행사들을 기획하고 진행. 그 와중에 신규입사자 교육 이틀간. 그리고 직장생활의 가장 큰 괴로움 - 관계 갈등 봉착

6월~10월: 암흑기. 하루에 4시간씩 자며 일만 했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계속 비난받고, 계속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이 발생. 직장생활 9년째에 이렇게 새로운 힘듦이라고? 라며 매일 생각. 그만둬야 하나, 그만둘까. 그만두자. 안돼, 일 년은 버텨야지, 그만두고 싶다 참자.. 의 반복. 공황장애 초기 증상이 오면서 심리상담센터 다니기 시작

11월~12월: 모든 것을 놓아버린 시기. 물론 지금도 그렇다.


정리해 보니, 육아휴직 후 두 번의 이직 (2월, 3월) 그리고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기까지 걸린 7개월의 시간과 적응(이라기보다는 순응)한 지금의 나.


그럼에도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첫째, 돈. 아이를 낳고 나니, 이유가 간단해졌다. 내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우리 가정을 돌아가게 만드는 것.

둘째, 새로운 HR경험 (교육만 9년 해왔는데, 새로운 업무를 할 수 있기에 지금 직장으로 옮겼으나..) + 회사의 타이틀과 조직 구조로 인한 괴로움이 주는 커리어


2023.


엄마로서의 나는

- 아이와 꼭 저녁시간 (7시~8시 반)을 함께 할 것.

: 내가 10월부터 도저히 안 되겠어서 회사에 선포하고 일단 6시 반에 퇴근해버리고 지키는 중. 생각해 보면, 하루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침에 두 시간, 저녁에 한 시간 반. 총 3시간 반뿐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5일간 함께하는 시간은 20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하루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하루에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를 재우면서 교감하는 시간. 잠들기 전 스킨십과 대화 그리고 우리만의 루틴, 잠에 빠지는 아이가 내 손을 꽉 잡는 것, 내 품에 파고드는 것.

이 행복을 회사에 줄 수 없고, 이 행복은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기에 올해도 계속 내 저녁시간을 사수할 것이다.


- 주말에 아이와 함께 할 때는 핸드폰 두고 오기

: 남편도 나도, 주말에 아이랑 있어도 핸드폰을 붙잡고 사는 시간이 너무 길다.
평일에 그렇게 함께 못해서 아쉬우면서 왜 주말에 굳이 의미 없는 핸드폰을 보느라 아이와 놀지 못하고 있을까? 분명 내 아이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 신앙 유지하기

: 2년간은 코로나도 있었고, 여러 핑계로 주일예배를 가지 못했다. 영유아부 예배에 그나마 가서 거의 문화센터 수준으로 아이가 그 순간을 누리도록 했었다. 그러다 보니, 내 안의 영적 갈증이 커져서 이전에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던 것들이 다 바닥이 났다. 예배의 자리 지키기


엄마가 아닌 나를 위해서는


- 매일 저녁 핸드폰 30분 미만

: 아이를 재우고 나면 보통 저녁 8시 반~9시인데, 그때부터 조금 쉬어야지 하면서 휴대폰을 하다 보면 의미 없는 것들 (인스타그램, 유튜브) 보다가 11시가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면, 하려던 집안일도 못해서 스트레스 혹은 일 하려고 했던 것도 못해서 스트레스의 반복. 2023년에는 하루에 30분만 누워서 하고, 딱 일어나기.


- 1년 동안 6권의 책 읽기

: 2년간 책 한 권을 읽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올해는 6권의 책을 읽어보자. 그리고 생각나는 것들은 글로 남기자 (노트, 브런치, 인스타 아무 곳이나). 저녁에 핸드폰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책 읽자!


- 운동

: 몸무게를 떠나서 자세와 건강과 체력을 위한 운동을 하자. 회사 체력단련비 뒀다 뭐 할꼬


- 운전

: 운전 다시 시작하자. 접촉사고 때문에 자꾸 피하게 되는데, 그래도 이젠 정말 해야 한다.


- 전문성에 대한 방향

: 이게 올해의 가장 큰 키워드인데, 내 업무의 전문성에 대한 갈증이 이제 정말 극에 달한 것 같다. 회사에서 요구하기 때문이라기보다 나 스스로 다음의 수준으로 가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대학원을 계속 고민하고 있지만.. 대학원 가면 정말 60까지 일해야 할거 같아서 (ㅠㅠㅋㅋㅋ) 안 하고 있고, 대학원비도 너무 비싸서 정말 큰 고민이다.


이렇게 2022, 2023을 퀵하게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두서없이 적어본다.

2023 과연 이직하지 않고, 나는 여기서 더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 확실한 건 내 마음의 밭을 잘 가꾸고 열매를 맺어야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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