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흔히 옷가게나 액세서리 가게 등에 들어가면, 직원 분들이 "어떤 종류 찾으세요?" 라고 자주 여쭤본다. 특히 내가 어떤 제품을 보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어떤 종류를 찾는다고 굳이 말하지는 않는다. "그냥 둘러보러 왔어요 ~!" 라고 말하고는 직원 분이 없는 쪽부터 둘러보기 시작한다. 왠지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불편하고, 빠르게 구경하고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나는 밀레니얼 세대이자, Z세대이다.
밀레니얼 세대
보통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Z세대 (Generation Z)
1995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언택트(Untact)의 뜻과 뜨는 이유
언택트(Untact)는 접촉을 뜻하는 Contact에 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비대면 형태로 소비자들과 접촉하는 형식으로, 키오스크나 VR, 챗봇 등이 그 예이다. 우리는 왜 비대면 시대로 향하는 것일까. 물론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력 고용 문제, IT 기술의 발전 등도 언택트에 한 몫하지만, 이 글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특징과 언택트를 연결시켜보려 한다.
밀레니얼 세대, Z세대와 언택트
밀레니얼 세대는 1991년 퍼낸 책 'Generations:The History of America's Future'에 처음 언급되었다고 한다. X세대의 뒤를 잇는다고 하여 Y세대라고 불리기도 하고, 컴퓨터와 IT에 친숙하다고 하여 테크 세대,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하여 Me Generation이라고도 불린다.
1. 정보 검색에 능통
밀레니얼 세대는 PC, TV, 핸드폰과 함께 자란 테크 세대이다.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IT를 활용한 정보 검색에 능통하다. 이 우수한 정보 서치 능력을 바탕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도 가격 비교나 리뷰 등의 지표를 유심히 살펴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집안의 경제적 결정이나 회식 장소 결정 등, 윗세대들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X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실질적인 구매 결정권을 쥐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제품 자체의 성능이나 가격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브랜드나 기업의 윤리적인 측면까지도 고려하는 성향이 있다.
2. '나 자신'이 주인공인 삶
위에서 말했던 Me Generation 과 같이, 타인보다 '나 자신'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시 여긴다. 인맥 관리에 힘쓰며, 회식, 조직 문화에 익숙하던 X세대와는 다르게, 자기 계발이나 건강관리와 같이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경험을 우선시한다. 3포가 아닌 N포 세대라 불릴 정도의 각박한 사회에 살고 있으며, 금융 위기 이후 찾아온 경제 침착 덕에 다른 세대보다 물질적으로 궁핍하다. 그렇기 때문에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현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데에 관심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언택트의 성장
국내에서 재개봉한 영화 '플립'을 기억할 지 모르겠다. 혹은 구찌가 어린 소비자 층에서 갑자기 붐을 일으킨 것도. 이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한물갔던 영화와 브랜드를 밀레니엄 세대가 되살렸다는 점이다. 플립이 미국에서 상영된 것은 2010년이지만, 국내 밀레니얼 세대들이 '내 인생 최고의 영화'란 평가를 내렸고 SNS 등을 통하여 퍼졌다. 국내 배급업체는 이례적으로 개봉한지 7년이나 된 영화를 스크린에 올렸다. (갑자기 뜬금없지만, 내 고등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께서 '플립' 영화를 상영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학교에 영화관이 있다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고, 수업 시간에 영화를 봤던 것도, 영화에서 나왔던 표현들이 영어 내신 시험에 나온다는 것도 특별한 경험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정말 젊게 삶을 즐기셨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5년 연속 매출이 20%씩 줄어들고 있던 구찌 역시 2015년부터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하여 디자인과 마케팅을 파격적으로 바꾸면서(예상치도 못했던 수석 디자이너의 발탁이 한 몫했다)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은 명품 브랜드로 변신하기도 했다.
다른 세대보다 물질적으로 궁핍하다고 하는 밀레니얼 세대.
어떻게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을까?
밀레니얼 세대는 국내에서 전체 인구의 21.2%를 차지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인구의 약 1/4를 차지하며 20년 내에 최대 소비 파워를 가진 그룹으로 부상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소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파워는 통계적으로 나와 있는 인구 비중보다 훨씬 크다. 위에서 말했듯, 밀레니얼 세대는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현재를 위한 투자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YOLO" 등의 키워드들을 보면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정보 검색에 능하기 때문에 부모나 직장 상사 등의 윗세대들도 각종 제품을 사거나 식당을 예약할 때 이들에게 의존한다. 사실상의 구매결정권을 멜레니얼 세대가 쥐고 있기 때문에 국내외 기업들은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 언택트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언택트는 이미 뜨고 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의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매년 언택트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언택트 마케팅을 선보이는 주요 가맹점 15곳의 매출은 2017년 1월 약 67억 원에서 2019년 5월 359억으로 5배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번 분석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가 언택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언택트 주요 가맹점 15곳의 매출 중 20대와 30대의 결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8.4%, 50.7%로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2030이 전체 매출 중 8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40대 소비자의 언택트 서비스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40대의 언택트 관련 결제 금액을 보면 2018년 1~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60%, 2019년 1~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31% 증가했다. 2년 사이 약 499%에 달하는 폭발적인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이는 20대의 235% 및 30대의 304%를 크게 앞지른다. 2030 세대가 언택트 시장을 만들고 키웠다면, 40대는 이 시장에 빠르게 합류하면서 언택트 소비를 전 연령대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언택트의 전망
언택트는 앞으로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밀레니엄 세대가 경제력이 비교적 낮은 2030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밀레니엄 세대가 경제력이 강한 4050 세대로 가면 더욱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바라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언택트 서비스는 일부의 소비자만이 환호하는 유행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이 리서치사 ‘입소스(Ipsos)’에 의뢰해 20대부터 50대까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총 응답자의 90.9%가 언택트 서비스를 경험해 봤다고 대답했다. 특히 총 응답자의 77.6%는 2019년 이후 언택트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재미있는 점은 언택트 서비스를 경험해 보았다는 대답이 90.9%에 달하는 데 비해, 언택트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76.1%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100명 중 약 15명이 언택트 서비스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언택트 소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미 언택트 서비스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스며들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왜 언택트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을까? 흔히 언택트 서비스의 확대는 대인 관계에 대한 피로감의 반작용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8.7%가 언택트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로 ‘주문·결제·상품 및 서비스 수령 등에서 발생하는 대기 시간 감소’, ‘편리한 결제’,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가능한 주문’ 등 ‘편의성’을 꼽았다. 기존에 알려져 왔던 ‘직원 및 판매원과의 접촉에 대한 부담’ 때문에 언택트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약 10.7%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수치다.
언택트, 어떻게 스며들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통계적으로도 40대의 소비 비중이 늘어났지만, 모든 소비의 중심은 2030 밀레니얼 세대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특성을 반영하여 소비 트렌드를 맞춰나가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각종 업계에서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따로 런칭하거나 오프라인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 브랜드 경험을 강화시키는 등의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형식을 타파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팝업스토어 또한 직원들 보다는 키오스크 등을 통한 체험을 늘려나가는 추세이다.
언택트 마케팅에 뛰어든 기업은 굉장히 많다. 현재 실현된 언택트 마케팅들의 정점이 아마존 고(Amazon Go)라고 생각한다. 아무렇지 않게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가서 물건을 집고 나오면 결제가 되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은 일체 없는 매장이기 때문이다.
언택트, 이대로 괜찮을까
세상에 단점 없는 것들은 없다. 언택트도 편의성이라는 장점을 가져다주었지만, 일자리 감소, 노년 소외, 정서적 안정의 부재 등의 부작용을 안겨올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
1. 일자리 감소
우리의 일들을 로봇이나 키오스크, 챗봇이 대체하는 시대. 안 그래도 경제 침착된 시대에 살아왔던 밀레니얼 세대들은 일자리마저도 잃어버리는 것일까? 결론은 단기적으로는 아니다. 기계도 수시로 관리가 필요하고, 이 매장 관리들은 결국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온다면 그 때의 일자리들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2. 노년 소외 문제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을 접해온 우리와 다르게, 나이가 들어서 디지털을 접했기에 기계를 어려워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년층이 있다. 이들을 디지털 푸어라고 하는데, 기계들이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게 되면 키오스크나 로봇 등을 이용할 줄 모르는 디지털 푸어들이 일상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당연히 필요하다.
3. 정서적 부재
언택트를 통하여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는 있지만, 이러한 패턴에 자주 노출되면 인간관계에서 겪는 갈등에 대하여 인내력이 약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2030 세대들 사이에서는 "~해도 괜찮아" 등의 책이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으며, 현실 도피성 여행의 수가 늘고 있다.
편리함과 소통 그 사이.
언택트는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대신, 소통의 부재를 초래할 수 있다. 앞으로의 우리 사회는 편리함과 소통 그 사이를 이어주는 매체를 필요로 할 것이다.
10대들은 항상 트렌드에 앞서 왔다. 카카오스토리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까지. 이 모든 시장의 혁신자, 초기 수용자들은 10대였고, 이 10대들은 지금도 앞서서 모바일 시장을 바꾸어가고 있다. 현재의 얼리 어댑터 역할을 맡고 있는 Z세대. 10대들이 들어온 시장들에 20대,30대가 들어온 후 40대가 들어와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지듯, 언택트도 새로운 트렌드로서 앞으로의 소비 시장을 이끌어 갈 전망이다.
출처
한국경제 | 최강 소비新인류…'밀레니얼 파워'가 판을 바꾼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 |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로 본 ‘언택트’ 소비 트렌드의 진실
Jisu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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