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뼛속까지 지방러.
장마가 시작되었다.
오전 내내 비가 내린 후 어둠이 내린 지금, 비가 다 쏟아져 내렸는지 제법 청량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낮동안 내린 비를 머금은 풀의 향기, 강의 향기가 내 방으로 기분 좋게 흘러 들어온다.
내방 창문 너머로는 강을 끼고 늘어선 논밭이 보인다. 그 뒤를 묵직하게 지키고 있는 산들도 있다. 특히 겹겹이 보이는 웅장한 산의 능선들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잠들기 전, 눈을 감고 코 끝에 집중해 본다.
낮 동안 태양의 향기를 머금은,
그리고 밤의 달의 항기를 머금은 자연의 냄새는 그 어떤 향수보다도 향기롭고 다채롭다.
풍부한 자연의 향기가 기분 좋게 코끝을 스치는 지금, 나는 문득 깨닫는다.
나는 서울 사람은 못되겠구나.
도시의 화려함 속에서 왁자지껄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자연이 주는 웅장함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어쩔 수 없는 뼛속까지 지방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