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의 나침판의 경로를 재 설정하다.

독일 바이마르 국제문화 심포지엄

by 룰라

뮌헨 캄머슈필레 <알고리즘의 정치>에 이어 바이마르를 방문했다. 100년 전인 1919년 건축, 미술 전문학교로 지어져 현대 예술과 건축, 디자인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준 바우하우스 뮤지엄이 있는 곳이다. 바이마르에서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괴테 인스티튜트가 주관하는 국제 문화 심포지엄(Kultur Symposium Weimar 2019)이 열렸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심포지엄이며 올해는 “경로를 재 설정하다.(Recalculating the Route)”를 주제로 삼았다. 3일 동안 전 세계에서 문화예술, 과학, 언론인, 비즈니스, 출판 분야 등 다양한 전문가들 500여명이 참여했다. 강연, 토론, 공연, 전시, 영화 상영, 관객참여 행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올해는 큰 주제 하에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현재 및 미래의 글로벌 과제에 중점을 두고 4가지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 번째 질문은 ORIENT//ATION 방향, 지향 이다. 기술 사회 속에서 사실과 허구, 진실과 가짜의 구분이 불명확해지고, 더 많은 정보의 양과 더 복잡해지는 사회 구조 안에서 길을 잃지 않고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이다. 두 번째는 AUTO//NOMY 자주성, 자율성 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자기 개념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뮌헨 캄머슈필레에서 보았던 <언캐니 밸리>의 복제된 인간을 통해 자신보다 더 정확히 자신의 기억을 오래 동안 간직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우리 삶의 저자로 남아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세 번째 관점과 질문은 RE//GRESSION 회귀 이다. 현대 사회를 날카로운 지성으로 분석하고 비판했던 석학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의 마지막 책 <레트로토피아:실패한 낙원의 귀환>에서 우리 시대가 과거로의 회기를 꿈꾸며 실패한 유토피아의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정치적으로 나침반의 방향이 과거로 재조정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며, 국가주의와 포퓰리즘 그리고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서 보수적 회귀에 대해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마지막은 DIGI//NOMICS 디지노믹스로, 기업 형태의 혁신과 변화 속에서 앞으로의 경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4Eröffnungsveranstaltung, Moderatorin Bettina Rust | © Jörg Gläscher.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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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기조연설은 인도 출신 영화감독, 디자이너, 미래학자인 아납 자인(Anab Jain) 이 맡았다. 그녀는 자신을 미래의 고고학자라고 묘사한다. 그녀는 미래에 사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미래 사회가 지니고 있는 도전과 기회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등 미래를 현재에 경험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미래 시나리오를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녀의 궁극적인 결론은 우리가 살고자 하는 미래 세상을 위해서 지금 싸울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개막에는 독일 예술가 토비아스 후제만(Tobias Husemann)이 제작한 거대 인형 둔두(Dundu)와 애기 인형 둔두(Dundu) 가 함께 했다. 둔두는 독일어로 “너 그리고 너”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점점 멀어지고 개별화 되고 있는 인간들을 둔두 인형을 중심으로 다시 모이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빛이 나는 하얀 인공섬유로 만들어진 두명의 둔두 는 무대 위에서 마치 미래에서 온 듯 묘한 환상을 창조하며, 사람들을 거리로 이끌며 자연스럽게 퍼레이드를 유도한다. 둔두를 따라 나서는 사람들은 현재에서 미래를 경험하는 듯 거리를 걷는다.


본격적으로 강연과 패널 토크 등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세부 주제는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관계, 젠더와 기술,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일상의 삶과 업무 환경, 소셜 미디어가 중심이 되는 공적인 삶, 테크놀로지 기반의 경제,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국가주의와 우익으로의 정치적 변화“ 등 동시대 직면한 시급한 이슈들이다. ‘프로그램 되어지는 편견들’ 이라는 패널 토크에서는 점점 복잡한 결정을 좀 더 편하게 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이 사용되고 있으나, 실제로 알고리즘은 사회에 퍼져 있는 편견의 영향을 받고, 새로운 편견을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알고리즘의 편리성과 위험성, 정치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폴란드, 브라질, 필리핀의 연극 제작자와 예술가가 패널로 참가한 토크에서는 국가 이념에 영향을 받고 있는 예술에 대한 국가적 검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분노의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라는 제목을 단 토크에서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불평등한 경제적 발전의 논리에서 만들어지는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와 정확히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민주주의의 관계성을 이야기 하며 불평등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이 외에도 기술 사회에서 기계에게 필요한 도덕은 무엇인지? 2046년 미래의 모습은 어떠할지? 디지털 시대의 예술의 새로운 가치는 무엇인지 등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공연으로는 개막 공연에 이어, 대만 안무가 황이(Huang yi) 가 산업 로봇 쿠카(Kuka)와 작업한 <Huang yi & Kuka>, 바이마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미디어가 결합된 오페라 공연 등이 참가자들에게 소개되었다.

6. Huang Yi & KUKA, Tanzperformance | © Jörg Gläscher.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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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기술을 새롭게 사유하는 방식


심포지엄에 도착하기 전 참가자들은 예술, 사회, 기술 의 주요 키워드와 함께 이곳에서 혁신적이고 새로운 예술 작품과 우리 사회의 혁신적 대안들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심포지엄에 참여하며 우리의 기대가 얼마나 기술 도구적이며, 생산 중심적 사고였는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 바이마르에서 열린 문화 심포지엄은 재프로그래밍되고 있는 우리 세계의 리얼리티와 누가 그 중심에 있는지를 보여주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리얼리티는 무엇인가? 뮌헨부터 바이마르까지 줄곧 눈과 귀에 꽃힌 키워드들은 “젠더, 페미니즘, 인공지능, 인간, 관계, 자본주의, 민족주의, 알고리즘, 글로벌리즘, 균일화” 와 같은 단어들이다. 그 동안 예술과 기술이라는 아젠다는 기술을 도구적 관점으로만 바라보며 기술이 무대적 환상을 창조해 내고 놀랍고 신기한 경험을 제공하는 기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이제 다른 쪽의 뇌가 움직인다. 기술이 협력하는 유망하고 아름다운 미래의 내러티브가 아닌 기술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비판적 사유가 만들어 내는 예술가들의 새로운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그것이 예술과 기술을 새롭게 사유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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