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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Apr 27. 2018

달고기 전을 추억하며...

평화의 역사 시작

오늘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다.  이미 두 정상이 만나 악수를 나누었고 (아, 정말 울컥!)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며칠 전부터 회담 관련 다양한 시각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만찬 메뉴들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평양 옥류관 셰프가 직접 와서 면발을 뽑는다는 평양냉면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난 오히려 '달고기'가 식탁에 오른다는 점이 새로웠다.


달고기는 특히 서울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생선이다. 주로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 인근에서 잡히는 생선이다. 몸통에 둥그런 원이 그려져 있는데 마치 달 모양 같다고 해서 '달고기'로 부른다고 전해 들었다.

(이미지 출처 :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내가 달고기를 처음 먹게 된 곳도 부산이다. 우리 시댁에서는 명절 차례상에 흰 살 생선전으로 달고기를 부쳐낸다. 유달리 생선전을 좋아하는 내게는 처음 맛보는 희한한 맛이었다. 보통 서울에서는 생선전으로 동태를 쓰거나 좀 더 고급스럽게 한다면 대구를 쓰는 정도인데 달고기 전의 맛은 부드럽고 풍미가 있고 달고... 아 뭔가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나중에 자갈치 시장에 장 보러 가면서 달고기의 생김새를 보게 되었는데 사실 포를 떠 놓으면 겉모양과는 달리 살이 맑고 투명한 빛이 난다. 


음식에 까탈스럽고 먹성도 좋지 않아 깨작거리는 며느리가 보기 좋을 리 없으셨을 시어머니는 달고기 전은 잘 먹는다며 서울 올라올 때 꼭 싸서 보내시곤 하셨다. 달고기 전에 사케 곁들여 한 점 먹으면 담백하며 향긋한 것이 부드럽게 입안을 채운다. 


달고기 전은 낙지볶음류의 얼큰한 음식들보다는 훨씬 부드럽다. 간단하게 계란물 적셔 부쳐낸 것이라 달고기가 가진 그대로의 살 맛을 전한다. 담백하면서도 풍부한 맛이다.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말로만 표현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혹은 보쌈류의 음식들보다는 가볍다. 많이 먹으면 더부룩하게 배부른 류의 음식들과는 다르다. 배 채울 욕심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몇 점, 간단하게 한 잔 하며 즐기면 그것으로 좋은 음식 먹었을 때의 포만감, 만족감 모두 느낄 수 있다.


미친 물고기 식당을 열었을 때 메뉴로 '달고기 전'을 선보였다. 늘 자갈치 시장에서 주문해야 하는 데다 계절에 따라 고깃값 변동도 심해 공급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달고기 전을 미리 해동시켜 주문 들어오면 그때 그때 맛있게 부쳐 내는 일은 전집이 아닌 일반 식당에서는 무척 귀찮은 절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꼈던 달고기 전의 황홀한 맛을 다른 사람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었다. 메뉴를 유지하는 고달픔은 있었으나 다행히, 먹어본 고객들은 대부분 만족하는 인기 메뉴였다.


오늘같이 역사적인 날 나의 완소 메뉴 달고기가 만찬에 오른다니 더욱 기쁘다. 기념으로 달고기를 주문했다. 오랜만에 달고기 전을 부쳐 먹어야겠다. 이번에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샴페인을 곁들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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