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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식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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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May 26. 2018

낙지파전과 막걸리의 환상 마리아주

역삼동 목포세발낙지


파전에 낙지를 넣는다는 것도 새로웠는데 막상 상에 올려진 파전을 보고는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식당 '파전'의 주요 재료인 밀가루는 보이지 않고 온통 파와 낙지, 약간의 당근이 섞인 놀라운 비주얼이었기 때문이다.


맛을 보니 "와우~!" 감탄사가 다시 한 번 나왔다. 억세지 않고 여리 여리 달큰한 파맛이 기름 맛과 섞여 고소함을 더 하는데다 낙지가 무더기로 씹혔기 때문이다. 내가 먹어 본 파전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보통 파전을 시키는 것은 술자리에서 '적당히' 허기를 달래기 위함이었는데, 이 집 낙지파전은 맛으로 승부를 본다. 장수 생막걸리는 입안에 남아있는 기름 맛을 얼싸 안고 목으로 넘어간다. 이럴 땐 "캬~!" 하는 감탄사가 제격이다.  


사실 낙지 볶음도 훌륭했다.  




요즘 어딜가나 간이 세져서 낙지볶음은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맵거나 향신료를 잔뜩 넣어 자극적으로 만드는 곳이 많은데 적당히, 맛있게 매운 맛이었다. 그밖에 왕꼬막도 일품. 모두 막걸리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메뉴들이다.  


사실 이 집의 맛은 식당을 들어서면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남도가 고향인 것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키의 사장님. 수줍은 미소 속에는 손님을 향한 의례적인 웃음이라기 보다는 내 집 찾아온 사람에 대한 정성이 담겨 있었다. 


그날 이 식당에서 예닐곱이 모여서도 산만하지 않고 한가지 주제에 대해 즐겁게 얘기 나누며 즐길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들어진 맛있는 음식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옆에서 거들었던 막걸리의 공도 있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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