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읽기 (2)
유명 맛집에는 줄이 늘어선다. 번호표를 나눠주고 손님을 기다리게 한다. 줄이 늘어선 맛집 - 식당 운영자로서 마땅히 꿈꿀만하지 않을까...
얼마 전 주말에 다녀온 '춘자네 완당, 공자네 우동'인가 하는 긴 이름의 우동집 역시 대기표를 받아야 하는 맛집이다. 식당 이름에 소송이 걸려 춘자네 우동이라고 쓰지 못한다고 주인이 애석해하길래 그냥 불러준다, 춘자네 우동이라고.
파주 헤이리 입구 프로방스 마을 앞에 위치해 있다. 꽤 먼 길을 달려가야 하는 곳이다. 굳이 이 식당을 위해서 가기는 좀 어려울 듯하고 파주 아웃렛을 간다거나 헤이리에 놀러 갈 일이 있다면 한번 들러볼 만하다.
대기표 4번을 받고 주문을 하고 5분 남짓 기다리다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리뷰 글을 보니 면을 삶는데 보통 18분 이상이 걸려서 주문하고 그냥 기다리려면 무척 지루하니 반드시 군만두를 시키라는 조언이 있어 그렇게 했다. 과연 군만두 없었다면 스마트폰이 뚫어질 뻔하였다.
이곳에서 파는 우동은 면발이 두터우면서도 쫄깃하다. 부산에 있는 스승 가게로부터 전수받았다고 한다. 여름에는 국물이 없는 붓가께 우동만 판다. 토핑에 따라 메뉴가 나뉜다. 오뎅, 새우, 떡 세 가지. 오뎅과 새우를 주문했다. [새우 붓가께 우동] 이렇게 생겼다.
면 아래 간장 베이스의 소스가 담겨 반숙 계란을 살포시 깨서 비벼 먹으면 된다. 맛은 있었다. 정말 우동의 면발은 인정해 줄만하다.
이 집에서 배운 점
- 우동, 냉우동도 흔치 않은 요즘 시선을 끌 수 있는 '스토리' 구성을 잘했음. 부산 스승네 가게를 소개하는 것도 그렇고 춘자네 우동 상호를 쓰지 못하는 구구절절한 얘기도 감정적인 친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음
- 우동 삶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기 고객에게 미리 주문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먹을 수 있는 메뉴(=군만두)를 만드는 등의 고객 경험 프로세스를 잘 채웠음
다소 아쉬운 점
- 자리를 배정받아 좌식 테이블에 앉았는데 테이블 아래쪽에 이전 손님이 버린 휴지들이 뒹굴고 있었음.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홀서빙 교육을 더 잘 시켰으면...
- 면발이 탱글하고 맛있었지만 일부러 찾아갈 만큼 생각나는 맛은 아니었음. 이건 물론 국물 우동을 좋아하는 내 개인 취향에 비춰 그런 것이지만...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 (너무 성의 없이 점수를 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