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읽기 (1)
뒤늦은 식당 리뷰다.
내게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는 일은 어느새 '배움'이고 '연구'가 됐다. 식당의 환경을 살피고 메뉴판을 유심히 보고 음식을 음미하며 나는 그 식당이 얘기해주는 조언을 읽고 듣는다. 밥 먹는 일이 한층 고단 해졌겠구나 싶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밥 먹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긍정 마인드!
지난 6월 11일 우연한 기회가 있어 부산에 갔다. 가장 핫플레이스인 해운대에서 하루를 지냈다. 저녁은 말할 것도 없이 자연산 회로 선택해야겠지만 이미 점심에 자갈치에서 온갖 회를 먹은 지라... 저녁 메뉴가 고민되었다. 폭풍 검색으로 찾은 곳은 퓨전 한식당 '개미' 비스트로. 바닷가에 위치한 카멜리아 오뜨라는 고급 아파트 단지에 있는 식당이다.
예약을 하고 A 코스 (1인당 38,000원)를 주문해서 먹었다. 한식과 프렌치인지 이탤리언인지 양식을 접목해서 차가운 슾으로 시작해서 밥, 디저트로 마무리되는 코스이다. 전, 파스타, 강된장과 비빔밥 등등 한식 베이스에 서양식을 적절하게 배합했다.
코스 하나하나에 대해 코멘트를 하기에는 전문가적인 식견도 부족하고 또 시간이 오래 지나 기억도 나지 않으므로 패스. 이런 음식들이 나왔다.
만약 10점 만점으로 평점을 매기면 8점쯤 주고 싶다. 적당히 맛있었고 검색을 통해 무작정 간 것에 비하면 잘 선택했다 싶지만 너무 인상적이지는 않았다는 의미이다.
이 집의 추천 이유는,
- 해운대 핫 플레이스에 위치해 있고 인테리어가 깔끔함
- 그럼에도 너무 크지 않은 식당 (작은 식당을 좋아하는 개인 취향)
- 플레이팅이 예뻤음
- 한식을 심심하지 않게 적당히 변형한 것을 보는 재미
- 부산이라서 가능하겠지만 서울에 비해 생각하면 착한 가격
하지만 이 집에서 부족하다고 느낀 점은,
- 서양식으로 멋을 부렸는데 정작 맛있었던 건 사이드 디쉬인 백김치였고 죽같이 나오는 밥이었음
- 파스타라고 얘기했으나 냉소면일 뿐... 너무 표현에 '빠다냄새'가 많았음
- 차라리 한식 스타일을 조금 더 강조했더라면...
- 다 괜찮은데 딱히 사람의 마음을 끌지 못하는 서글서글한 도련님 보는 듯한 느낌 (자갈치 바닥에 앉아 먹어도 뭔가 운치가 있어 오래 기억에 남는 꼼장어 집만 못했다고 하면 주인이 서운해하겠지...)
그러나 검색해서 나온 리뷰들을 읽어 보니 꽤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어왔고 맛도 안정된 것 같았음. 해운대에서 나름 정갈한 식당에서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면 실망하지 않을 집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