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 MUST EAT
아침에 서둘러 KTX를 탔더니 11시 반이 조금 못되어 부산역에 도착했다. 일요일 오전, 마음껏 게으름을 피워도 좋을 시간이다. 역도 한산했다. 목적지로 향하기 전 이른 점심을 먹고 움직이기로 했다. 어느 새 부산에서 꼭 먹어야 할 메뉴가 된 밀면으로 정했다.
"조금 걸어서 잘한다는 집으로 갈래, 아니면 그냥 가까운 데 갈까?" 남편이 물었다.
"(아니 그걸 말이라고....) 당연히 조금 걸어서 잘한다는 집이지! "
부산역에서 10분쯤 걸어 초량밀면집으로 향했다. 입식 좌석이 몇 개 있고 좌식 테이블이 열 개쯤 있는 아주 평범해 보이는 식당이었다. 2년 전인가... 한 참을 기다려 먹었던 개금밀면 집은 훨씬 더 컸고 뭔가 전문점 같은 '포스'가 느껴졌는데 초량 밀면은 그런 위용은 갖고 있지 않았다.
메뉴도 간단했다. 물밀면, 비빔 밀면 - 소 3,500 / 대 4,000, 왕만두 3,500, 사리 1,000원이 다였다. 물밀면 작은 것 2개와 왕만두를 시켰다. 하얗게 예쁜 면발의 국수와 시원한 국물, 다진 양념, 오이채, 편육 한 점, 계란 삶은 거 반 개. 깔끔하게 나왔다. '왕'만두는 이름에 걸맞게 컸고 만두소에 야채가 많이 들어간 담백한 맛이었다.
워낙 국수를 좋아하고 그중에도 소면을 좋아하는 나는 밀면은 언제 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냉면보다 더 좋았다. 게다가 3,500원이라는 가격은 정말 놀라웠다.
초량밀면은 많이 알려진 집 답게 대개 손님이 타지에서 온 관광객 같았다. 여행 짐을 들고 들뜬 표정으로 맛있게 먹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다.
맛있게 먹고 나오니 식당 문 앞에 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니 뭔가 더욱 뿌듯한 느낌으로 배가 더 불렀다.
부산에서 밀면은 정말 흔한 메뉴다. 김밥집에도 있고 분식집, 일반 식당에도 있다. 먹어보진 않았지만 웬만한 곳의 밀면은 다 비슷하게 맛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알려진 곳을 찾아 먹는 재미도 한 층 맛을 더한다. 서울에서도 더 많은 곳에서 밀면을 만날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