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당 고르기가 힘들어졌다. 포탈에서 검색해서 소위 '블로거 맛집'이라는 곳을 갔다가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겉멋 든 맛집이 많아졌다. 너무 자극적인 맛에 치중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내가 외식 트렌드를 못따라 가는지도 모르겠다.
국수는 뭐든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SNS 친구들이 국숫집을 추천하면 더더욱 눈여겨보게 되는데 고기리 장원 막국수는 워낙 까다로운 페친들의 추천이 이어져 언젠가는 꼭 가봐야겠다 마음먹은 곳이다.
판교에서 20분 - 왕복 40분 - 밥 먹는데 20분 걸린다고 생각하면 점심에 가기에는 빠듯하고 마음이 바빠지는 곳이다. 그래도, 용기를 냈다. 어느 날, 모든 것이 심드렁해져 점심시간에 작은 일탈로라도 활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고기리, 처음 가는 곳인데 구불구불 유원지 길을 달리자 단아한 한옥 한 채가 나타났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인데 다행스레 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한옥 내부는 다행히 입식 테이블로 꾸며져 있었다.
나는 물막국수를, 함께 간 일행은 비빔막국수를 주문했다. 셋이 나눠 먹으려고 수육도 작은 접시로 주문했다.
잘 삶은 수육이 먼저 나왔다. 야들 야들 맛있었다. 물김치와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주인공 막국수가 나왔다.
이렇게 표현하면 너무 올드한 것 같지만 국수 타래 지어놓은 것이 단아하게 한복 잘 차려입은 여인 같았다. 그 정갈함에 어디서부터 국수를 풀어야 할지 몰라 우선 국물부터 맛을 보았다. 비록 시원한 맛으로 먹는 냉면, 물 막국수이지만 얼음 들어간 것 싫어하는 내게 딱 맞는다. 국수도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다. 비빔국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이런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냥 기본에 충실한 맛, 그래서 깔끔하고 정갈한 그런 맛집이 갈수록 소중하다. 예전엔 화려하고 유명하지 않아도 밥이면 밥, 국수면 국수 그 메뉴의 기본 맛을 잘 살린 식당이 많았는데...
과연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고 추천할 만했다.
다만, 너무 멀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 다시 가기까지는 한참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래도 막국수나 평양냉면을 너무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기꺼이, 운전하는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함께 가서 나눌 수 있는 식당이다. 10점 만점에 9점쯤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