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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식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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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Jun 08. 2018

마음을 보하는 한 그릇, 삼계탕

요즘 딱히 어디가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닌데 전반적으로 기력이 떨어진다. 몸살처럼 몸이 아픈 것도 같고 한없이 가라앉는 것같은 느낌이다.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기로 했다. 마침, 날씨도 여름처럼 더웠다. 


직장인들이 몰리는 점심시간, 삼계탕 집은 바글 바글했다. 번호표 15번을 받았고, 다음 순서는 4번 이었다. 한 참을 기다려 자리를 잡았고 꼬르륵 소리가 반복돼 창피해질 때쯤 '상황버섯 삼계탕'이 나왔다.



닭한마리가 얌전하게 탕그릇에 담겨 있었다. 또아리를 풀어 닭다리를 뜯으며, 문득 옛날 엄마가 끓여주던 삼계탕 생각이 났다. 


사회생활 초년 시절, 일에 치이고 상사에게 주눅들고 선배들에게 열받아 축 늘어진 모습으로 터덜 터절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냄비에 닭한마리 곱게 끓여 놓고 기다리셨다. 옷갈아 입고 씻는 동안 상을 차릴 때도 여느 때보다 조심을 하셨다. 삼계탕 살을 발라 내 앞의 접시에 담아주고 찹쌀 죽을 다시 한번 끓이는 하나 하나가 성스러운 의식을 진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 또한 자연스레 그렇게 얌전하게, 세심하게 먹었다. 딸의 보신을 위해 준비한 삼계탕에 지쳤던 마음이 비맞은 풀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보심' 삼계탕이었다. 


그 때의 기억이 살아 있어서인지 항상 삼계탕을 먹을 때면 열심히 먹는다. 작은 뼈에 붙어있는 살까지 깨끗하게 훑어 먹는다. 그렇게 '열심히' 먹고 닭죽까지 먹고 나면 정말 힘이 솟는 느낌이다.  닭고기가 다른 것에 비해 특별히 기운을 내게 해주는 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마리'라는 비주얼이 포만감을 안겨 주어서 인지, 혹은 열심히 닭다리와 뼈를 뜯어 먹는 행동이 자연스레 '잘 먹었다'는 인식을 만들어내는지, 그것도 모르겠다. 삼계탕은 열심히 먹는 음식이고, 그래서 몸은 잘 모르겠지만 마음은 확실하게 채워주는 음식이라는 것 뿐. 


요즘은 삼계탕에 버섯이며 약재, 전복 까지 다양한 것들을 넣는다. 더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깔끔한 닭국물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토속 상황 삼계탕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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