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맛집
이미 성수동 맛집으로 이름난 곳이다. 이런 집을 방문할 때는 감동할 준비가 이미 되어있다. 맛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미 깔려있고 왜 그런지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으려 할 뿐이다.
'윤 경양식당'인지, '윤경 양식당'인지 '윤경양 식당'인지 도통 헷갈리는 이름이지만 상관없다. 이미 이름에서 어떤 음식이 나올지가 상상이 된다.
전형적으로 트렌디하면서도 복고 취향을 담았다. 작은 가게, 오밀조밀한 구성이 일본 식당 같았다. 혼자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었고 대개 테이블이 작았다. 오래된 시계, 냅킨 꽂은 컵에 손뜨개로 장식한 것들이 화려하진 않지만 오밀조밀, 복고와 트렌디를 오가며 꾸며 놓았다.
요즘 젊은 세대는 모르겠지만 경양식은 오랜만에 분위기 잡고 큰 맘먹고 찾아가는 그런 곳이었다. 오뚜기 수프로 끓였을 법한 수프가 움푹한 접시에 담겨 나와 '나는 국과는 달라'를 웅변하고 있었고 소위 우리가 '칼질'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나이프가와 포크가 함께 나왔다. 대개 돈까스나 함박스테이크가 주된 메뉴였는데 함박스테이크에는 계란 후라이 반숙이 함께 나왔다. 양배추 샐러드를 곁들여 신기하고 고급스런 경양식이 완성되었다. 식후에 커피 한잔까지 준다면 그야말로 풀코스 인 셈.
윤경양식당 메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가 대표이고 계란후라이도 있었다.
유자된장돼지구이를 주문했다. 한 접시에 밥과 샐러드 돼지고기가 담겨 나왔다.
이름난 식당답게 돼지고기는 부드럽게 잘 재워졌고 간도 적당히 잘 구워서 맛있었다.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지만 유명 맛집의 프리미엄이려니 이해는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건 밥이었다. 너무 진 밥을 뭉쳐 놓아서 '고슬고슬한' 밥의 풍미를 살리지는 못했다.
어쩌다 보니 혼자서 밥을 먹게 되었는데 창문 밖을 보니 횡단보도 건너로 이원일 셰프의 얼굴이 보였다. 셀카봉으로 뭔가 방송을 찍고 있는 것 같았다. 신기해서 한 컷.
실력 있는 셰프가 이 시간에 셀카봉을 들고 방송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문득, 소는 누가 키우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몰려왔다. 이원일 셰프가 이쪽을 보는 것 같아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답으로 손을 흔들며 자신에게 손 흔든 게 맞느냐는 듯 입을 움직인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걱정은 걱정이고, 열심히 방송하는 셰프에게는 응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