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식도락 여행기 (1)
어떤 이의 여행은 오래된 유적이나 볼 만한 곳을 살펴보는데 열중한다. 내 여행 스타일은 단연코 '맛난거 찾아 먹는' 데 비중을 둔다. 미리 무엇을 먹을지 한 두가지는 꼭 정해놓기도 하고 남들처럼 먼저 다녀온 블로거의 글을 기웃거리며 어디를 가야할지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은 늘 계획을 세울 때 부터 시작되고 여행을 마치고 사진 정리하는 때까지 계속된다. 여행기간 보다 오래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 목요일부터 나흘간 동경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대놓고 맛있는거 챙겨먹는 데 목적을 두었다. 우선, 동경에서 제일 큰 수산시장, 츠키지에 들러 음식도 먹어보고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과는 어떻게 다른지, 먹으면서 공부해 보기로 했다. 그 밖에도 일본만의 독특한 방식의 식문화가 어떤지 느껴보고 싶었다.
아무리 먹는게 주요 목적인 여행이지만 하루 종일 먹을 수는 없다. 먹지 않을 때는 구경도 다녀야 하는데 그릇부터 식자재 용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갓파바시]라는 곳을 두어 시간 넘게 걸어다니거나 식료품점을 찾아 들어가 어떤 식품을 파는지 꼼꼼하게 보곤했다. 숙소인 긴자 부근 [미쓰코시] 백화점에 갔을 때도 패션 용품 매장 보다는 식료품 매장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일본사람들이 장을 보는 식료품 전문점에도 갔었고, 하다 못해 편의점에 들러서도 어떤 가공품 - 특히 수산품 가공품 - 이 있는 챙겨 보았다.
전체 여행이 '먹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식당을 찾는 것이 어느 새 중요한 미션이 되었다. 그냥 한끼 맛있게 먹는 것을 넘어서 배울 것을 찾으려 했으니 말이다. 원칙은 블로그나 구글맵 추천 식당에 의존하지 않고 숙소 주변에서 간판을 보고 직접 찾아 보기로 했다. 실제 미슐랭 1 스타 맛집으로 알려진 뎀뿌라 전문점 [요코타 (Yokota)]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렇게 직접 부딪쳐 찾았다. 인터넷 검색으로 남들이 맛있다고 한 집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겠지만 때론 취향이 다른 사람의 추천을 믿고 갔다가 실패할 확률도 있고 무엇보다 그렇게 찾아낸 식당이 좋던 싫던 내 여행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다녀본 식당에 대해서는 따로 하나씩 소개하겠지만 그렇게 먹을 곳을 찾고, 어슬렁 거리다 이곳저곳 식재료 파는 곳을 돌아보면서 느꼈던 것은, 일본 식문화의 다채로움 이었다. 작은 차이를 발전시켜 정교함이 살아 있었다. 예를들어 생선을 회로먹고 초밥으로 먹고 카이센동이라고 덮밥으로 먹고 구워 먹고 튀겨먹고 반쯤 말려 먹고 소금에 절여먹고 된장에 절여먹고. 된장의 배합도 여러가지다. 생선 알과 내장도 다양한 방식으로 식재료로 활용했다. 히레사케에 넣어 먹는 복어 꼬리, 지느러미 말린 것도 팔았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생선을 저장해서 먹지만 먹기 손쉽게 가공해서 판매하는 측면에서는 훨씬 다양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일본 음식 문화의 다양성을 단적으로 느꼈던 것은 소금 전문점이었다. 저녁 장소를 찾기 위해 롯뽄기 부근을 걷고 있었는데 깔끔하게 정리된 소금 전문점이 있었다. 들어가보니 각종 소금이 진열돼있었다. 주먹밥용 소금, 뎀뿌라용 소금, 생선회용 소금, 밥에 얹어 비벼 먹는 소금, 허브를 넣은 소금에 소금 과자까지 있었다. 정말 신세계를 만난 듯했다.
음식 문화의 다양성을 영상에 비유할 수 있을 것같다. 우리가 이제 겨우 컬러 TV에서 HD로 넘어 갈까 말까 하는 단계라면 일본은 이미 UHD가 정착되어 8K를 도입하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영화를 꼭 UHD로 봐야 감동을 느끼는 것은 아닌 것처럼 일본 음식이 모두 맛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정갈함은 살아 있었다. 특히 생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양한 조리법과 식재료에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이제 , 우리식 친근한 음식 맛에서 어떻게 정갈함을 뽑아낼 것인가가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