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식도락 여행기 (3)
먹자판 동경 여행의 핵심은 츠키지 시장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어시장. 전 세계에 생선을 날 것으로 먹는 문화를 전파시킨 일본 '스시'의 중심지. 몇 년 전 출장으로 동경을 갔다가 한 번 구경 갔던 그곳을 이번에는 구석구석 돌아보며 살펴보고 배우고 싶었다.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날 새벽에 반쯤 감긴 눈으로 츠키지를 찾았다. 전날 밤늦게 도착하여 들뜬 마음으로 들이킨 사케가 아직 내 몸속에 남아 있었다. 깜깜한 시장, 기온은 서울보다 높지만 바람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묘한 동경의 한기를 느끼며 시장을 공부했다.
우리 노량진 수산시장은 생선회, 대중 선어 (일반적으로 꽁치 고등어처럼 식탁에 오르는 생선 파는 곳), 해산물, 건어물, 젓갈, 그리고 식당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 품목 별로 모여 있다. 하지만 츠키지 장외시장은 생선, 젓갈, 식당 등이 대체로 그룹으로 모여 있고 그런 그룹이 여러 개가 섞여있는 느낌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정말로 상품이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츠키지는 생선 가게에서 구이용 튀김용, 횟감용 등을 한 번에 살 수 있다. 생선을 잘 다듬어 깔끔하게 포장을 해놓았다. 생선 내장이나 젓갈 등도 정말 다양하다. 크랩(게)도 마리 단위로도 팔지만 삶아서 먹기 좋게 살을 발라서 판다. 전복 간장, 문어, 말린 오징어, 가쓰오부시와 같은 건어물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생선을 식재료로 활용하는 면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더 다양한 조리법과 가공법을 이용하고 있는 듯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생선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는 의미이기도 할 테다.
츠키지를 돌다 보면 시장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사실 장외시장 입구부터 뜨끈한 국물 냄새가 구수한 라면이 식욕을 당겼지만 그래도 츠키지에서는 스시(초밥)나 카이센동 (밥에 각종 생선회를 얹은 생선회덮밥)이 제 격이다. 수 많은 블로거들이 [스시다이]와 [다이와스시]를 추천하고 이 곳에서 카이센동을 먹기 위해 한두 시간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나는 그냥 줄 없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 먹었다. 그래도 맛이 있느냐고? 당연하다. 츠키지에서 판매하는 싱싱한 생선을 잘 숙성시켜 만들었으니 물론 맛있었다. [스시다이]에서 먹었다는 ‘인증’을 포기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츠키지의 카이센동은 정말 맛있었다. 가격은 1,800 ~ 3,000 엔 사이. 다른 음식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충분히 그 값을 하는 맛이다. 재미있는 것은 츠키지 시장의 카이센동이 더 비싸다는 사실. 전문 어시장이면 우리는 가격도 쌀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만큼 더 높은 가격을 받는 것도 의미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