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식도락 여행기 (7)
많이는 못 먹어도 못 먹는 건 없는 나였다. 나의 의지로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 보신탕과 기타 뱀, 자라 등 생소한 식재료를 쓴 음식을 빼고는 뭐든 새로운 맛에 도전해보는 것을 즐겼다. 대체로 새로운 맛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이번 동경 여행에서 가장 생소한 맛은 '닭 사시미'였다.
긴자의 가부키 극장 뒤편에 위치한 [시바라쿠-테이(暫亭)] (http://tabelog.com/en/tokyo/A1301/A130101/13123243/)는 야끼도리 전문점이다. 닭꼬치 집이며 일본의 흔한 식당처럼 바 테이블과 4인용 테이블이 2개 정도 있다. 나는 닭꼬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닭고기의 찬미자가 아닌데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먹어 본 닭꼬치는 살이 딱딱하여 본연의 닭고기 맛보다는 소스 맛으로 먹는, 양이 많지 않아 2 차용으로 좋은 메뉴일 뿐 일부러 찾아가 먹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 식당은 간판부터 전문 식당의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간판만으로도 자신만만함을 보였다. 이 곳 역시 영어 메뉴가 없어 당연 모듬 닭꼬치를 주문했다.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먹었던 닭꼬치 맛은 모두 지우고 싶었다. 우선 적당하게 익혀 닭의 육즙과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 과하게 양념을 하지도 않았다.
내 평생 먹어 본 닭꼬치 중에 제일 맛있었다. 정말로.
양이 부족한 듯하여 메뉴판을 더듬거리며 읽어 내리다가 '닭 사시미'를 발견하게 됐다. 생 닭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생 닭을? .... 모험 정신이 투철한 우리는 생 닭을 먹어 보기로 했다. 비주얼은 예쁘다.
닭 가슴살을 뜨거운 물로 살짝 데친 (=유비끼) 상태로 나왔다. 와사비를 곁들여 간장에 찍어 먹는다. 음... 맛있다! 육회도 좋아하지만, 고기 특유의 부담스러운 맛이 있는데 닭 사시미는 훨씬 가볍고 부드러웠다. 마치 잘 숙성된 참치, 방어 등 기름기 있는 생선회를 먹는 느낌이었다. 조금 과장하면 입 안에서 녹는 맛이었다.
이 곳은 다음에 동경에 가게 된다면 한 번쯤은 일부러라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새로운 맛을 선사해 준 곳이니까.